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 위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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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에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1.9%)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대 성장률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1981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를 밑돈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인 2009년(0.8%),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0.7%)과 2023년(1.4%) 네 번밖에 없었다.
올해 각종 경제지표도 악화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7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증가폭은 12만명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입게 된다. 통계청에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지난 9월 14만4000명 증가했다가 10월과 11월 각각 8만3000명, 12만3000명 늘어났다.
10만명선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등락을 거듭하며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주로 숙련도가 낮은 직업이나 일용직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1월 고숙련직업 취업자는 28만9000명 증가하며 2021년 3월 이후 45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면 중숙련직업 취업자는 12만6000명 줄며 2021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고, 저숙련직업 취업자는 7000명 줄며 6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일용직 근로자도 9월 12만4000명 감소한 뒤 10월(-10만명), 11월(-10만3000명)에도 크게 줄었다.
수출 전선도 위태롭다.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은 1.5% 증가할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수출 증가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부산항에서 한 화물선이 짐을 싣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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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전망마저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제에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정부는 과거 탄핵소추 상황이 실질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에 근거해 올해 경기 전망에는 정치 불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상계엄·탄핵소추 등 상황은 작년 성장률 전망에 반영됐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과거 사례를 토대로 올해 경기 전망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잘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원의 적법한 체포영장 발부에도 응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성명을 내면서 정치적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애국 시민 여러분,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탄핵반대 집회 참석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윤 대통령 측은 “불법·무효인 영장 집행은 적법하지 않다”고 반발하며 응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사태 나흘 뒤인 지난달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무산된 뒤 “체포 무산으로 더 큰 정치적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체포 시도가 중지된 직후 코스피는 오전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면서 “정국 상황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등락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유입 기대는 난망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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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수록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함께 탄핵 심판 및 내란 혐의 수사가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문제의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면서 “국내 정치적 불안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구 교수는 이어 “높은 가계부채와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로 3고(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위험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자산불평등이 증가하고 재정의 재분배기능이 약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공정과세와 국채로 소요재정을 조달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고금리 정책으로 막대한 초과이득을 챙긴 은행에게 횡재세의 부과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은 양호한 재정여력을 활용하여 위기 상황과 대전환기의 구조적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재정여력이 위축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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