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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朝鮮칼럼] 최상목·조태열은 왜 반기를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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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국무회의 현장서 가장 강하게 반대한 두 사람… 각각 경제와 외교의 수장

지금 시장·기업·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아는가… 예측 불가능한 나라라는 것

경제·외교안보서 눈 돌린다면 보수의 쓸모가 무엇인가

지난달 말부터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기획재정부 소관 법률·대통령령이 공포될 때는 최상목이라는 이름이 세 번씩 나온다. 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공포하고 최상목이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 부서하고 또 최상목이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한 번 더 부서한다. 행안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지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직도 맡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가 아니라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한 사람이 이렇게 국가의 최고 중책을 여럿 겸한 적은 없었다. 임진왜란이라는 큰 전란이 터졌을 때 류성룡, 이원익 같은 재상이 군령권과 전시행정권을 함께 행사한 도체찰사직을 맡긴 했지만 최상목에 비길 바는 아니다. 최상목은 국가 위기의 증거다.

그 위기의 단초가 된 비상계엄이 선포된 국무회의.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반대한 두 사람은 최상목 기재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었다고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곤 모든 참석자들이 반대했지만 그중에서도 경제 수장과 외교 수장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전 세계 192국에서 그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 반도체와 미사일부터 라면과 K팝까지 백화점식 라인업으로 세계를 매혹시키고 있는 나라, 민주주의와 산업화 양면의 성취로 존중받는 나라지만 수출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못 버티는 나라, 한미 동맹을 필두로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과 스크럼을 유지해야만 안보와 번영이 지켜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 두 사람을 콕 찍어 메모를 전달했다. 전두환 국보위식 비상계엄 관련 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계엄 관련 재외 공관 조치 사항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종이 쪽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의 심정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조태열은 그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부러 안 받았다. 그는 나중에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질타당하자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받을 수 없었다”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 하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이 갑자기 결정한 비상계엄을 이해하고 인정해달라고 말할 수도, 우리 대통령이 정상이 아니니 조금만 기대려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은 헌법재판관 두 사람의 임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야당 강경파 의원들은 또박또박 탄핵을 외쳤고 여러 지식인들은 모피아의 수장인 영혼 없는 관료가 줄타기 보신책을 내놓았다고 맹비난했다. 특검법을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후보 1명은 임명 안 했다는 이유다.

반대쪽도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최상목이 한덕수처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여당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거친 언사를 내놓았다. 국무회의장에선 고용노동부 장관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법제처장, 국민권익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최상목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김문수 장관을 제외하곤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이고 공교롭게도 다들 윤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법조인들이다.

고성이 오간 이 자리를 정리한 사람은 조태열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는 “권한대행이 책임지는 자리에서 책임지고 가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의 말문을 막았다.

최상목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단하기 전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버텨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은 없었다고 한다. 로드맵도 대야 협상 복안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최상목을 향한 여권과 보수 진영의 비판은 “국무위원들과 상의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이다” “권한대행의 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벗어났다” 같은 점잖은 것이 많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안다.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갖춰서 탄핵심판의 심리와 선고가 모두 가능해졌다는 거 아닌가?

뒤집어 말하자면 최상목을 공격하고 있는 사람들은 탄핵심판 심리와 선고가 제대로 되지 않길 바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장과 기업, 국제사회와 동맹국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거다. 헌법재판소가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 대통령 직무정지와 대행의 대행 상태가 무작정 이어지는 것, 헌법재판소 작동 여부를 놓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것, 혹은 야당의 줄탄핵으로 아예 국무회의가 사라지는 것. 그래 놓고 이재명 탓이라고 한들 통할 리가 없다. 아니 통한들?

경제와 외교, 안보에서 눈 돌린 보수의 쓸모는 무엇일까? 최상목은 그리고 조태열은 다른 고려 없이 경제와 외교에만 전념할 수 있게만 해야 한다. 그것만 맡기면 제 몫을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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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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