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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28] 궁궐에서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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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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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곳에 집 여러 채가 늘어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가 궁(宮)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의 초기 새김은 ‘집’이나 ‘거처’ 등이었다. 그러나 담으로 둘러싸인 구역에 여러 집채가 있다는 맥락에서 뒤에는 ‘궁궐’의 뜻으로 자리 잡는다.

대개 중국 초기 통일 왕조였던 진한(秦漢) 무렵이라고 설명한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아방궁(阿房宮)이 그런 지칭으로서는 퍽 유명하다. 아주 많은 집채가 들어서 있어 제왕의 궁궐은 흔히 구중(九重)이라는 수식이 따른다.

구중궁궐(九重宮闕), 구중심처(九重深處) 등이다. ‘구중’의 앞 글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의 뜻으로 이해해야 좋다. 그러니까 ‘구중’은 아주 많은 겹을 가리킨다. 그 안에선 길을 잃기 쉬워 미궁(迷宮)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법하다.

제왕이 직접 거주하는 곳을 법궁(法宮)이나 정궁(正宮)이라 했다. 그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궁궐은 이궁(離宮)이나 별궁(別宮)이다. 정궁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다. 행궁(行宮)은 임금이 자주 행차하는 곳에 지은 건축이다.

왕조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세자(世子)가 머무는 곳 또한 중요했다. 보통 동궁(東宮)이라 적었고, 달리 춘궁(春宮)이라고도 했다. 세자의 별칭인 저(儲)를 써서 저궁(儲宮)으로도 적었다. 정궁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었다.

요즘 해외 중국어 언론들이 핍궁(逼宮)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우리 쓰임은 아예 없는 표현이다. ‘궁을 압박하다’의 뜻이다. 실제로는 쿠데타, 반란(叛亂), 반역(叛逆), 역모(逆謀)의 뜻이다. 중국 군부의 동정이 수상하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예쁜 꽃도 백일은 못 넘긴다(花無百日紅)”는 말을 곧잘 쓴다. 우리 ‘화무십일홍’과 같다. 어떤 권세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중국도 혼란에 휩싸이는지, 나라 안팎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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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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