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諸將) 죽은 원귀가 나를 원망허여서 우는구나.
ㅡ판소리 ‘적벽가’의 ‘새타령’ 중에서
지난해 국립극장 ‘송년판소리’는 여느 때와는 달리 좀 특별했다. 안숙선 명창의 마지막 무대였기에.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명창이 등장하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물론 눈물도 함께. 하지만 슬프기만 한 자리는 아니었으니, 제자인 이선희 명창의 ‘새타령’을 듣고 전율하는 흔치 않은 시간도 가졌기 때문이다.
꺼질 듯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곧장 날카로워져 허공을 벨 듯한 소리에 그만 마음을 베이고 말았다. 목소리의 힘은 강력해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생생히 떠올리게 했고, 남의 나라에 가서 죽은 북한군의 “죽은 원귀”까지 불러와 위로하는 듯했다. 새해에는 원망할 일이 적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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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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