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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든다...랄프 로렌은 패션을 민주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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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랄프 로렌의 차남 데이비드 로렌 “아버지의 상상력을 실현시키려 ‘디지털’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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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의 대표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후계자 데이비드 로렌은 최근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랄프 로렌은 명품 하면 떠오르는 폐쇄성, 독점성, 배타성과는 거리가 있다"며 "사람들은 랄프 로렌이 '패션을 민주화했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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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랄프 로렌)는 아프리카에 가보지 않고도 상상력만으로 사파리 관광에 어울릴 옷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저는 상상을 실현시키는 촉매제로 ‘디지털’을 이용했을 뿐이죠.”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를 만든 전설적인 디자이너 랄프 로렌 회장의 아들이자 랄프 로렌에서 최고 브랜딩 및 혁신 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로렌. 랄프 로렌에선 ‘디지털 혁명가’로 통하는 그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아버지의 상상력을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드는 수단으로 ‘디지털’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렌 CIO는 이미 10년 전 착용자의 호흡, 맥박, 스트레스 지수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 셔츠 ‘폴로 테크 셔츠’를 만들어낸 데 이어, 지난해엔 파리 올림픽의 미국 선수단복으로 고품질 재활용 면사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으며 클래식한 전통 속 테크 혁신을 이끌고 있다.

◇상상력이 빚어낸 디지털 혁명

-당신은 랄프 로렌에서 ‘디지털 혁명가’로 불리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이런 별칭을 얻었나.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버지(랄프 로렌)는 자신이 열망하고 원했던 캐릭터를 상상하며 의상으로 표현해 냈다. 아프리카를 안 가보고 사파리에 어울릴 의상을 만들고, 윔블던(테니스)에 출전하는 선수에 어울릴 옷을 만들어냈다. 상상을 실현시킨다는 의미를 아버지한테 배웠다. 나는 그 도구로 디지털을 쓰려고 했다.”

로렌 CIO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영감을 받아 가상 의상을 입어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3D(차원) 홀로그램을 이용한 런웨이 쇼를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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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이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단을 위해 만든 단복. 재활용 면사를 질 좋은 면사로 가공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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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이 만든 파리 올림픽 미국 선수단복에서 강조한 것은 뭔가.

“랄프 로렌은 2008년부터 미국 올림픽 선수단복인 ‘팀 USA’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 선수단복을 만들며 신소재를 쓰거나 테크 혁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히 자랑스럽다. 성조기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팀 USA는 패션의 미래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멋진 플랫폼이다. 2024년 선수복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재활용 면화 대량 생산에 투자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도 내포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재활용 면화를 써보려 도전하지만, 면화를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쉽지 않았다. 랄프 로렌은 미국 재료과학 분야 스타트업과 협업해 짧은 섬유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재활용 면사를) 질 좋은 면사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해냈다.”

◇명품 패션으로 장수한 비결

-명품 패션 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랄프 로렌이 4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뤄낸 비결은 뭔가.

“랄프 로렌은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랄프 로렌이 ‘패션을 민주화했다’고 한다. 명품 하면 떠오르는 폐쇄성, 독점성, 배타성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영국 공주가 입었던 이브닝 가운(드레스) 같은 비싼 제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폴로 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만드는 랄프 로렌 제품도 많다고 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사업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 등을 지나며 깨달은 건 ‘새로운 민첩성’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제품을 만든다고 다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관세는 물론 각종 전쟁, 운송 문제까지 패션계를 뒤흔드는 문제가 도처에 있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정책을 쓴다고 예고했지만) 랄프 로렌은 이미 7~8년 전부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며 대비해왔다.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접목 등에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 전통’이란 본질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랄프 로렌은 자신의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화 같은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영화 속 주인공은 당신(소비자)이란 점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리 랄프’ 속 로렌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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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Lauren at age 32, with Andrew Lauren and David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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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다큐멘터리 ‘베리 랄프(Very Ralph)’를 보면 랄프 가족의 모습이 너무 화목해 ‘판타지 동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화목할 수 있었나.

“화공(畫工)이셨던 할아버지 세대부터 형제자매들이 작은 집에 모여 살며, 가난했어도 가까운 정을 나눴다. 그 바탕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아버지도 우리에게 같은 것을 원했다.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은 우리 부모님은 고가(高架) 전철 밑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을 보내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다.”

-가난한 이민자에서 전설적 디자이너로 성장한 랄프 로렌과 같은 인물이 또 탄생할 수 있을까.

“랄프 로렌은 낙관주의와 희망을 기업가 정신의 핵심으로 봤다. (이런 정신만 있다면) 제2의 랄프 로렌은 한국이든 프랑스, 미국, 그 어디서든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멜라니아 여사는 랄프 로렌 의상을 입었고,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9월 랄프 로렌 패션쇼를 찾았다. 미국도 정치가 분열된 상태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랄프 로렌은 정치가 아니라 미국 문화를 상징한다. 미국을 사랑한 아버지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배우자 힐러리의 제안으로 미국 국가(國歌)에 영감을 준 1812년 당시 성조기 복원에 수백억원을 기부했다. 의상에도 성조기를 도입했다. 그 성조기 패션이 지금 미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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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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