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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우주 핵 공격, 인공위성 무더기 먹통 일으켜...‘스타워즈 시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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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우주 대항해 시대] 만약 우주 핵 공격 실제로 일어나면 최대 3조달러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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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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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5일 러시아에서 쏘아올린 ‘코스모스 2553′이란 이름의 인공위성은 특이한 궤적을 그리며 지상 약 2000㎞ 떨어진 외딴 궤도에 안착했다. 이 위성은 세계가 의존하는 대부분의 위성들을 내려다보듯 더 높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8월 비핀 나랑 당시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이 위성을 두고 “러시아가 핵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인공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스타워즈 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를 맞아 우주 공간이 경제적 중요성을 더해갈 뿐 아니라 핵심 안보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국가가 실제로 ‘우주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는 거의 전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빅토리아 샘슨 시큐어 월드 파운데이션(SWF) 우주 안보·안정 부문 총괄은 “러시아가 우주 공간에서 핵무기를 터뜨린다면 ‘세계의 종말’에 버금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WEEKLY BIZ는 다섯 명의 글로벌 우주 안보 전문가들에게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피해와 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물었다.

◇“우주 핵 공격, 3조달러 피해 예상”

우주 공간에서 다른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핵 공격은 우리의 일상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 우주 공간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는 입히지 않더라도 교통·통신 등 각종 인공위성의 무더기 먹통 사태를 맞으며 지구에서의 삶이 마비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우선 우주에서 누군가 핵탄두를 터뜨리면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는 EMP(전자기 펄스) 공격이 가해지는 셈이라 수많은 인공위성 기능이 한순간 마비된다. 실제로 과거 냉전 시기 미국은 11차례, 러시아가 7차례 22~540km 고도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는 광범위한 EMP 공격 시험을 진행해 그 파괴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1962년 미국이 태평양의 한 섬에서 진행한 ‘스타피시 프라임’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 실험 결과, 지상 400㎞ 지점에서 1.4Mt(메가톤)급 핵무기를 터뜨리자 인공위성 6대가 고장 났고, 실험 지점에서 1400㎞ 떨어진 하와이 지역 가로등 불빛이 어두워지는 등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매우 넓었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 중 발생한 오류로 세계 곳곳에서 혼란이 생겼는데,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샘슨 총괄은 “핵폭발 이후 나오는 X선과 감마선, 자외선 광자가 주변 인공위성 내부 전기 회로를 손상시켜 더 이상 인공위성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며 “함께 방출되는 방사선으로 인해 주변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까지 장기적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우주 공간을 도는 인공위성은 일정 수준의 방사선은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핵폭발을 통해 우주 공간에 흩뿌려진 입자에서 나오는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면 결국 정상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클레이턴 스워프 CSIS 선임연구원은 “국가나 기업이 보유한 인공위성은 오늘날 국가 안보나 경제에 매우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에 인공위성에 대한 위협도 나날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외교·안보 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은 러시아나 중국이 이러한 우주 핵 공격에 나설 경우 직접적인 피해액만 5000억달러(약 730조원)에 이르고, 장기적으로 약 3조달러 수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러스 배리 선임연구원은 “우주 공간에서의 공격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대응 기술은 (과거 냉전 시기에 비해선) 크게 진보한 상태”라면서도 “현재 어떤 기술로도 인공위성을 모든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은밀하게 쏘고 파괴하는 우주 공격

우주 강국들은 현재 저마다 다양한 우주 전투 능력을 개발한 상태다. SWF의 2024년 ‘우주 전투 능력 평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지상에서 공격용 무기를 쏘아올려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 분야에선 중국이 선두주자다. 2007년 중국은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운동에너지무기(KKV·Kinetic Kill Vehicle)’를 우주로 쏘아올려 자국의 기상위성인 펑윈 1호를 파괴했다. KKV는 폭발력은 없지만, 마치 구슬치기를 하듯 빠른 속도로 충돌해 인공위성을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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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공격용 인공위성으로 같은 궤도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분야에선 러시아가 앞서 있다. 인공위성을 은밀히 따라다니다가 직접 충돌해 자폭하거나 로봇팔 등을 뻗어서 손상을 입히는 등의 공격이 가능하다. 우주 기술 선진국들은 지상의 시설이나 인공위성에서 전자기파나 레이저를 쏴 인공위성을 마비시키는 ‘직접 에너지 공격’, 위성항법장치(GPS) 등 인공위성의 특정 기능을 교란시키는 ‘전자전’, 해킹을 활용해 인공위성의 통제권을 빼앗는 등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기초 연구나 실험도 진행 중이다.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우주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고 상대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소프트 킬(soft kill)’이란 기술에 집중한다. 2021년 11월 러시아가 미사일을 쏘아올려 코스모스 1408이라는 위성을 파괴하자, 최소 1500개의 우주 쓰레기가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다른 인공위성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데일 스티븐스 호주 애들레이드대 교수는 “레이저,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소프트 킬’로 상대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대신 마비시키기만 하면 수많은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AI 활용해 ‘요주의 위성’ 찾는다

국가 안보나 우주 산업 보호를 위해선 ‘요주의’ 인공위성을 재빨리 찾아내는 기술도 필수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우주 기업 슬링샷 에어로스페이스의 멜리사 퀸 국제사업총괄은 “다른 인공위성이 주고받는 군사기밀을 엿듣는 스파이 인공위성이나 무기를 탑재한 ‘공격용’ 인공위성이 수많은 인공위성 사이에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슬링샷은 수많은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군집 속에서 이상 행동을 하는 위성을 골라내는 ‘애거사’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애거사는 수십~수천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인공위성 군집에 포함된 개별 인공 위성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한다. 사람이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 ‘불순한’ 목적을 가진 위성을 잡아내는 게 임무다. 또한 지상 기지국과 소통하는 패턴을 파악해 스파이 위성도 찾아낸다. 퀸 총괄은 “누군가 적대적 의도로 인공위성을 공격해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면 인공위성 운용이 불가능해지는 ‘케슬러 증후군’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적대적인 공격 의도를) 미리 파악하고 막아내야 이러한 재난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우주 대항해시대 기획 시리즈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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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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