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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밤하늘에 漢詩, 불꽃이 뚝뚝... 입 벌어지는 ‘中 새해 드론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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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국 상하이시가 지난해 31일 새해맞이 행사에서 드론 쇼를 선보이고 있다. '만리 양쯔강, 백년의 우숭(상하이 지역), 역사가 이어지는 중국, 강과 바다의 전설'이라고 쓴 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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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기다리던 지난달 31일 밤, 중국 선양·구이양시(市), 신장 보후현(縣) 등 곳곳에서는 ‘하늘의 문(天空之門)’ 드론쇼가 열렸다. 500~1000대의 드론을 300m 공중에 띄워 링 모양의 ‘문(門)’ 만든 다음, 드론에 달린 수백~수천 개의 특수 폭죽을 바닥을 향해 터트린 것이다. 유성우(流星雨·Meteoric shower)가 쏟아지는 듯한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한 이 드론쇼는 ‘중국 불꽃놀이의 고향’으로 불리는 후난성 류양시에서 개발돼 지난달 처음 공개됐다. 드론 1000대와 1800개의 폭죽을 동원할 경우 1회 비용이 800만위안(약 16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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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국 각지에서 유행한 '하늘의 문' 드론쇼'. '불꽃놀이의 고향'으로 불리는 류양시가 처음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더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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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오랜 새해맞이 전통인 불꽃놀이를 ‘드론놀이’가 대체하고 있다. 국가적 지원을 업고 세계 시장 80%를 장악한 중국산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 ‘첨단 폭죽’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드론쇼의 광고·홍보 효과까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과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대규모 드론쇼로 불꽃 축제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밤 상하이에서 펼쳐진 대규모 드론쇼에서는 후원 기업들의 로고와 홍보 문구가 새해 축하 메시지와 함께 공중을 수놓았다. 행사 중간에 붓이 밤하늘을 종이 삼아서 한시 한 편을 적어 내려가는 장면이 드론을 통해 구현되자 관중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의 내용은 ‘만리 양쯔강, 백년의 우숭(상하이 지역), 역사가 이어지는 중국, 강과 바다의 전설’이었다. 같은 시각 허베이성 정딩현(縣)에서 열린 ‘베이징·톈진·허베이 연합 새해 축제’에서는 신년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1000대의 드론이 세 지역 이름을 번갈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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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공을 수놓은 '안녕 2025' 문구. 드론을 이용해 폭죽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했다./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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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드론쇼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을 맞아 광둥성 선전시에서 열린 드론쇼에서는 역대 최다 드론 동원 기네스 기록이 수립됐다. 1만197대의 드론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항공모함과 거대한 빌딩 숲 등의 형상을 구현했다.

중국에서 전문성을 쌓은 드론쇼 전문 기업들은 나라 밖으로 ‘출장 공연’도 나간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1100대의 드론을 동원해 베르사유 궁전 상공에서 화려한 쇼를 선보인 기업도 중국 선전의 드론 전문 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최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20국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드론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 폭죽 제조업체의 진화도 이끌고 있다. 드론이 폭죽을 매달고 하늘에 오르는 ‘드론 불꽃쇼’에는 연기나 잔해가 거의 없는 특수 폭죽이 필요한데, 중국 기업들은 최근 이 같은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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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새해 맞이 드론쇼. '2025년 함께 해요'라는 문구를 하늘에 수놓았다./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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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쇼가 아무리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해도 불꽃놀이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중국인들은 주로 춘제(음력 설) 연휴 기간에 대대적으로 폭죽을 터뜨리는데, 이는 요란한 소리가 악귀를 내쫓고 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미신 때문이다. 조용히 하늘을 가르는 드론은 중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점잖다는 평가다. 사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최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드론쇼에서는 드론 2000대 가운데 600대가 갑자기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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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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