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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검정고시, 대학 합격…하루 15시간 ‘쓰리잡’하던 10대 가장 용일군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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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고등학교 진학 대신 생계를 책임지던 용일군. /월드비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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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대신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하루 15시간씩 일하던 이용일(18)군이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YTN에 따르면, 용일군은 최근 고졸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 응급구조학과 합격 통지서까지 받았다.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못했지만, 되레 또래보다 1년 일찍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용일군의 사연은 2023년 9월 월드비전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됐다.

용일군은 16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파킨슨병과 암 투병을 겪는 할아버지와 교통사고 이후 뇌출혈을 겪고 지적장애를 얻은 아버지를 대신해 일터에 나섰다.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못했다. 용일군의 하루는 새벽 3시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 밤에는 야간 경비까지 하루 꼬박 15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끝났다. 이외에도 선팅 업체, 물류 창고 관리, 편의점 알바 등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해왔다고 한다.

이 가운데 무거운 소식도 전해졌다. 용일군 아버지는 작년 11월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에 용일군은 YTN에 “일을 하다가 가끔 쉬는 시간이 되면 ‘남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막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고 축제를 즐기고 있을 건데, 왜 나한테만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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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일군이 지난달 공개된 월드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검정고시 합격 소식을 전하고 있다. /월드비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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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용일군은 응급구조사의 꿈을 꿨다. 이번 응급구조학과 합격으로 꿈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 것이다. 용일군은 “(응급구조사가) 영웅 같아 보였다”며 “아무리 몸이 힘들고 아파도 그분들만 있으면 전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학도 가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이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용일군은 지난달 3일 공개된 월드비전과의 인터뷰에서는 “거의 3년만에 학교에 다시 발을 들이는 거라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원하는 길이고, 지금까지 쫓아왔던 길이니 후회 없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작년과 재작년 바쁘게 살 때는 미래를 생각 안 했다. 비관적인 생각도 많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꿈을 꾸게 되고, 또 그 꿈을 쫓아가게 됐다”며 “어떨 때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겠거니’, 또 언젠가는 ‘소방관이 되었겠거니’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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