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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1.8%”… 한은 전망보다 더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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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정책방향 발표

계엄前 한은 전망보다 0.1%p 낮아

물가상승률도 한은보다 낮게 제시

“필요시 방안 마련" 1분기 추경 시사

조선일보

부산항 일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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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새해 우리나라 경제가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2일 전망했다. 비상 계엄 파문 이전인 작년 11월말 새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한국은행보다 경제 상황이 조금 더 어둡다고 봤다. 기재부는 이날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8%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작년 7월초만 해도 정부는 수출이 살아나면서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새해 성장률을 2.2%로 봤었는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비상 계엄과 줄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자 6개월 만에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췄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1%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생산 자원을 모두 투입했을 때 물가 상승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보다 낮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낮은 1.8%로 내다봤다.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모두 1%대에 머무른다는 정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하루 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발표를 사흘 미뤘다.

◇”수출 꺾이고 건설 계속 안 좋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이유로 수출 둔화를 꼽았다. 기재부는 반도체 등 주력 수출 업종의 경쟁 심화와 관세 장벽 강화를 내세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작년 8.2%에서 올해 1.5%로 쪼그라들 것으로 봤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새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6개월 전 전망(6%)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기업 간담회에서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중국의 매서운 추격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었다. 기재부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의 매출 성장세가 올해 13.4%로 작년(81%)의 16.5%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의 최근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건설 경기 등 내수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정부가 새해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 또다른 이유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내수는 고물가·고금리 완화에도 불구하고 건설 부진, 경제심리 위축이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계엄 파문 전 한은 전망보다 낮아

정부의 새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3일 비상 계엄 파문 직전 나온 한국은행 전망보다도 0.1%포인트 낮다. 기재부는 한은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들었다. 작년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6개월 전(2.6%)에 비해 0.4%포인트 낮춰 잡은 것도 정국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한 점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김 차관은 전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4조원대 감액 예산안이 지난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점도 한은보다 새해 경제를 어둡게 전망한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현재 통과된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에 마이너스(-) 0.06%포인트정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었다.

최근 한달새 나온 각종 경기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도 정부의 보수적인 경기 전망에 한몫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통계청의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은 작년 9월(-0.4%)·10월(-0.2%)·11월(-0.4%) 등 3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작년 10월(-5.9%)·11월(-1.6%) 등 2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건축·토목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작년 11월 0.2% 감소해 5월(-4.6%)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9월(-0.3%)과 10월(-0.8%) 2달 연속 감소하다가 11월 0.4%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9% 줄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 성장률보다도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기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2%,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기준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을 2.1%로 보고 있다. 정부의 작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주요 기관의 잠재 성장률 추정치를 웃돌지만, 내년 전망치는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친다.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성장률이 경제의 기초 체력을 뜻하는 잠재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승률 전망도 물가안정 목표 밑돌아

정부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1.8%로 전망해, 6개월 전 전망치(2.1%)보다 0.3%포인트 낮춰잡았다. 작년 11월말 한국은행 전망치(1.9%)보다도 0.1%포인트 낮다. 정부 전망대로 1%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활 경우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쳤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를 밑돌게 된다. 오일 쇼크나 외환 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물가 상승률마저 한은 목표치에 못 미치는 상황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경기 둔화 속 저물가는 투자와 고용 감소, 실업자 증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침체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모두 2%를 밑돈 경우는 2020년이 마지막이었다.

저출산·고령화 장기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기 부진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취업자 수도 12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17만명·정부 전망치)보다 5만명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로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줄어든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1분기 상황 보고 추가 경기 보강안 마련”

김범석 1차관은 “경제 심리 개선과 내수 등 경기 회복이 급선무”라며 공공기관 추가 투자와 민간 투자 확대, 정책 금융 추가 공급 등에 18조원을 투입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673조3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 중 67%를 상반기(1~6월) 안으로 집행하겠다고도 했다. 올해 상반기 한시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100만원 한도)로 30% 인하하겠다고 밝히는 등 내수 진작책도 내놨다.

다만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범석 1차관은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경기 보강 방안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불확실성이 현실화됐을 때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작년 11월 성태윤 대통령실장이 새해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달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 이후 여야도 조기 추경을 논의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내년 1월부터 예산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집행을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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