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장기화 가능성↑…해외시장 개척에 팔 걷어붙여
유통·식품·패션기업, 미국·동남아 등 판로 개척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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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기업마다 '미래=해외'라는 말이 공식처럼 쓰이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이제 과제가 아닌 생존 필수 조건으로 떠올랐다. 소비 침체와 정치 리스크로 성장 동력을 잃은 주요 기업들은 내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판로 개척에 더욱 힘쓰는 모습이다.
롯데를 비롯한 유통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사진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내부 모습. [사진=롯데쇼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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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동력 찾아 동남아로 나가는 K-리테일
2일 업계에 따르면 신년을 맞아 대형 유통 기업부터 식품, 패션업체까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국내 오프라인 유통가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롯데그룹은 쇼핑을 중심으로 동남아를 집중 공략 중이다. 지난해 9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장해 글로벌 쇼핑몰 사업에 첫 출발을 알렸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5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반면, 베트남에서는 180% 늘었다. 해외 백화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는 백화점·마트 부문의 동남아 시장 출점을 늘리며 2030년까지 해외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목표는 20조3000억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10~15%까지 늘리겠다는 셈이다.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정유경 회장 승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정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뷰티 사업의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조직으로, 이르면 연초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이마트도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를 벗어나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1조7460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에서 8.0%로 늘었다. 베트남과 몽골을 중심으로 대형·소형 점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가 K-푸드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해외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등 수출 비중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LA 파머스 마켓에서 진행된 '소스 익스체인지' 현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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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로 내수 부진 메꾼 식품업계
식품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며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해외 실적을 빼고 보면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수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전세계를 노크하는 이유다. 지난해 해외 실적이 가장 두드러졌던 업체는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0%대에서 지난해 70%대까지 뛰었다. 삼양식품은 중국 생산법인을 만들고 현지 공장을 건설해 해외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도 해외 사업을 통해 국내 매출 부진을 메꿨다. 지난해 3분기 내수 식품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반대로 해외 매출은 4년간 70%가량 성장하며 전체 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9%에서 48%로 늘었다. 미국 중부 사우스다코타에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공장을 짓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도 비비고 만두 생산공장을 추가 건립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오뚜기는 쓴맛을 봐야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83억원으로 전년보다 6.8% 줄었다. 해외 매출은 같은 기간 6.3%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내수 시장에 집중해 오던 오뚜기도 실적개선을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공장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을 비롯한 패션업계들이 내수 침체를 겪으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백화점인 'REEL 상하이점'에 외벽에 붙은 준지 홍보 포스터. [사진=삼성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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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 직격탄' 패션업계, K-뷰티로 사업확장
지난해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패션이다. 국내 패션업계는 고가의 수입 의류를 취급하거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통하는 구조인 만큼, 내수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 상위 5대 패션기업(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29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영업이익은 2503억원으로 16% 넘게 급감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브랜드 준지의 중국 매장을 열고, 유럽 지역으로 확대 진출할 계획이다. 코오롱FnC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와 손잡고 3년간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현지 유통 계약을 맺었다.
'뷰티'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섬은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제조사인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 확보했다. 오레라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K-뷰티 시장을 주도하는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비건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고 일본, 미국 등으로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수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채널들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실적 방어가 급급한 상황이지만,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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