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70원대까지 올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美 트럼프 취임이 증폭제 될 수도
“1500원이 뉴노멀 될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강달러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123rf]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70원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새해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맞물려 강달러 압력이 확대되면 환율 1500원 시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 거래일인 12월 30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거래 기준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말 주간거래 종가 기준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1년 전인 2023년 12월 28일의 1288.0원 대비 184.5원 상승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96.4원)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기를 거둔 지난해 11월 6일을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국내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며 급등했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긴 했지만 일본 엔, 중국 위안 등과 비교해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우려가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밤중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주간거래 종가는 1402.9원이었다.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 약 한 달간 69.6원 오른 것이다.
새해 환율 전망도 어둡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증폭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강달러 흐름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관세 폭탄은 곧 수출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보호무역주의에 취약해 원화 가치 절하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올해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인 1472.5원이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뒀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1500원 도달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환율이 우리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인도가 저하되며 환율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정치불안 여파 확산으로 한국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조짐이 있다”고 보도했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정치불안 지속은 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 가계와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이 오르며 가계는 생활비, 기업은 원가 등 부담이 늘고 내수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고환율 영향으로 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31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전망 경로상 환율 움직임,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11월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거시경제 불안, 트럼프 무역정책에 대응할 리더십 부재 등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며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고 가계, 기업의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과 외화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은 1500원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