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한국 증시 부진에 계엄·탄핵 정국 여파, 공모가 거품 논란이 겹치며 IPO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특히 4분기에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새내기주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상장하는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 CNS 본사. /LG CN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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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 나서는 기업은 LG CNS와 미트박스글로벌, 아스테라시스, 데이원컴퍼니, 와이즈넛, 삼양엔씨켐, 위너스, 아이지넷, 피아이이 등 9곳(스팩 제외)이다.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올해 상반기 IPO에 재수·삼수생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상당수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이전보다 낮추거나 공모 주식 수를 줄였다. 아직 찬바람 부는 주식시장에 안정적으로 입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처음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LG CNS다. 시스템통합(SI) 회사인 LG CNS는 LG그룹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다. LG CNS는 지난 2022년 주관사를 선정해 증시 입성을 준비했지만 상장을 추진하진 않았었다. 당시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쟁사인 삼성SDS 주가가 하락하면서 충분한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새해 벽두에도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지만, LG CNS는 눈높이를 낮춰 다시 상장 채비를 갖췄다.
상장하려는 기업들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경쟁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해 공모가를 산정한다. LG CNS는 3년 전, 공모가 산정에 포함했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엑센추어를 이번엔 제외했다. 엑센추어의 PER은 당시 31배 수준이었고, 2024년 실적 기반 PER 추정치 역시 29.9배 수준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실적 대비 주가가 높다는 의미다. PER이 높은 기업을 비교 대상 기업에서 제외한 것은 낮은 공모가를 용인하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대신 삼성SDS, 현대오토에버와 일본NTT데이터그룹을 비교기업으로 둬, PER 평균 22.6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정했다.
할인율도 높은 수준을 적용했다. LG CNS는 주당 평가가액 8만9378원에 3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할인율은 15%대였다.
이에 따라 LG CNS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5만3700~6만1900원으로 제시했다. 밴드 상단 기준 모집총액은 1조1994억원, 상장 후 시총은 5조9972억원으로 추산된다. LG CNS는 9∼15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1∼22일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LG CNS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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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일반청약의 첫 시작을 끊을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도 몸값을 낮춰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공모 주식 수를 100만주로 유지했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를 기존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낮췄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일반 청약에 나선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와이즈넛은 공모 물량을 대폭 줄였다. 와이즈넛은 당초 17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지만 규모를 절반에 가까운 90만주로 줄였다. 공모주 물량이 줄어들면 유통 물량도 감소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와이즈넛은 오는 15일부터 16일까지 일반 청약에 나선다.
반도체 장비 기업 아이에스티이도 ‘IPO 재수생’이다. 아이에스티이는 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에스티이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한국 증시 불안정성을 이유로 들어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에 공모 물량을 기존 160만주에서 130만주로 축소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지난번과 동일한 9700~1만1400원이다.
이번 달 셋째 주에는 미용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기업 아스테라시스(14~15일), 온라인 교육 콘텐츠 업체 데이원컴퍼니(15~16일), 정밀화학기업 삼양엔씨켐(16~17일), 스마트배선시스템 전문기업 위너스(17~20일) 등이 일반 청약에 나선다. 넷째 주에는 이차전지 검사장비 기업 피아이이(20~21일)와 AI기반 인슈어테크 기업 아이지넷(20~21일)이 일반 청약에 나선다.
한편 ‘삼수생’ 후보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상장 도전을 고심 중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수요예측이 부진해 상장 일정을 미뤘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 배정 공모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말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획득했는데, 상장예비심사 효력이 승인일로부터 6개월 동안 유지되는 만큼 올해 2월까지는 상장을 마쳐야 한다.
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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