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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2025년 R·I·S·K가 온다…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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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능가

“동시다발 리스크에 새해 경영환경 더 혹독”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 속 ‘트럼프 2.0’ 맞아

美·中과 기술 격차 벌어져, 미래사업도 ‘안개’

헤럴드경제

2025년 새해 한국 경제는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경영환경을 체감하고 있다. [챗GPT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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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훨씬 더 혹독합니다”

2025년 새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과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또다시 1500원선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가중된 정치 불확실성은 안 그래도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R·I·S·K)에 휩싸인 한국 기업들이 올해 내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가동할 판이라고 진단한다. ▷트럼피즘의 귀환(Re-Trumpism) ▷미래사업 부재(Invisible future) ▷기술력 정체(Stagnant technology) ▷정치 불확실성(Korean politics) 등의 리스크로 인해 사실상 세 번째 경제위기의 칼 날에 서 있다는 것이다.

R : Re-Trumpism(트럼피즘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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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칸 페스트 2024’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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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달 23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강도 높은 통상 압박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찍이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 재검토를 시사해 불확실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 보조금 수령을 확정지으며 한숨 돌렸지만 향후 정책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출 최전선에 서 있는 우리 기업들에겐 또 다른 악재다.

이미 2018년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세탁기에 20~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산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액은 2021~2023년 평균 대비 약 55억달러(-8.4%) 감소하고, 관세 변화에 따라(보편관세 20%로 상승 등) 최대 93억달러 감소(-14%)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이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와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 후퇴로 수출과 생산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I : Invisible future(미래사업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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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비전 이미지.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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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 심화로 주춤한 가운데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 점도 한국 경제의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등도 국내 정치 상황 탓에 경색되면서 새해 기업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끈 제조업은 중국의 광범위한 진출을 맞닥뜨리며 신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까지 끌어 올리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2~3년 전부터 반도체와 배터리를 이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로봇이 꼽혔지만 이마저도 성장이 더디다. 오히려 중국이 빠르게 주도권을 꿰차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해 발간한 ‘월드 로보틱스(World Robotics) 2024’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열위에 있었던 중국의 제조용 로봇 산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정책 지원에 힘입어 이제는 우리와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중국의 로봇밀도(근로자 1만명당 로봇 운용 대수)는 3년 만에 19.9% 성장하며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로 급부상했고, 1위인 한국과의 격차도 좁혔다.

S : Stagnant technology(기술력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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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관람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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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글로벌 패권 경쟁은 새해에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그러나 주요 경쟁국과 한국의 AI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 AMD가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대만 TSMC의 강력한 위세에 밀려 고전 중이다.

기술력의 근간인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서 한국은 경쟁국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S&P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과 중국 기업(본사) 3만2888곳을 분석한 결과 2023년 한국 첨단기업의 R&D 비용은 510억4000만달러(약 71조원)인 반면 중국은 2050억8000만달러(약 286조원)에 달했다. 한국의 4배 수준이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한국 3.5%, 중국 4.1%였다.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연구개발직의 집중 근무를 위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주 40시간제를 채택한 대만은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12시간 늘릴 수 있어 TSMC의 R&D 조직은 24시간, 주 7일 돌아간다. 국내에선 지난해 지난해 반도체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은 여야 대립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독주를 앉아서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 : Korean politics(정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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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강변에 맺힌 고드름 뒤로 국회가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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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제어해야 하는 정치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탄핵정국의 장기화로 정상 외교가 멈추면서 당분간 외교 협상력 약화도 불가피해졌다.

정부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와 보조금 축소 등 통상압력 대응에 차질이 생긴 점을 기업인들은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계가 대신 나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 해외 경제단체를 달래기 위해 31개국 33개 경제단체에 서한을 보내는 등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한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 기업의 해외 대관조직도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민관합동의 한 축인 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멈추면서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출 산업도 정치 불확실성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출 산업 특성상 정부 대 정부로 이뤄지는 세일즈 협상에서 민관이 한 팀을 이뤄 나서야 하지만 정치 리더십 공백으로 협상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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