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불발…법원 체포 영장 무시한 경호처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불발됐다. 대통령 경호처는 적법 절차 방해라는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경찰의 관저 진입을 막았다. 공수처는 경호처의 방해가 예상됐던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5시간여 만에 빈손으로 철수했다. 공조수사본부는 체포영장 집행 불발 이후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윤석열)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피의자 얼굴도 못 보고 끝난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작전'
3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작전을 위해 새벽부터 움직였다. 오전 6시 15분경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탄 차량 5대가 과천 정부 청사를 빠져나갔다. 전날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 약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회를 가졌다. 인파를 피해 이른 시각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것이다.

6시 56분쯤 공수처 차량은 과천을 지나 서울에 진입했고, 이어 7시 25분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도착 후 약 30분 정도 지난 8시 3분, 수사팀은 관저 입구의 바리케이드를 통과했다.

△ 대통령 경호처는 총 3차 저지선을 세우고 공조수사본부 수사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

경호처는 총 3차 저지선을 세우고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했다. 공수처·경찰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 수사팀은 관저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경호처가 대놓은 버스를 마주했다. 공수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김성훈 경호차장은 "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 "영장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호처에 배속된 수도방위사령부 군 병력들까지 합세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수사팀은 경호처 직원·군 병력 인원들과 약 3~40분 대치했다.

수사팀은 1차 저지선을 뚫고 100~150m 더 관저 쪽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다시 경호처 직원들과 버스가 2차 저지선을 만들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진입로가 차단돼 더 이상 접근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수사팀은 산길을 택해 관저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80~100m쯤 더 진입하자, 다시 버스와 승용차 등 10대 이상이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게 공수처 측 설명이다.

3차 저지선 앞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처음 수사팀을 막아섰던 경호처 인력들까지 속속 합세했다. 공수처 추산 200여 명의 인원이 팔짱을 끼고 수사팀의 진입을 저지했다. 현장에 파견된 공수처 인력은 검사와 수사관을 포함해 약 20명, 경찰은 약 80명이었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공조수사본부는 결국 공수처 검사 3명만 관저 앞으로 올려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공수처 검사들은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을 만나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때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변론준비기일과 법원 영장 심사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내세웠던 논리다. 공수처 검사들은 변호인들과 '차후 절차를 협의하자'는 정도의 얘기를 나누고 돌아섰다. 관저 진입 5시간여 만인 오후 1시 반경, 공수처는 집행을 포기하고 복귀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그 상황에서는 (관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고, 집행 인원들이 그걸(경호처의 저지를) 뚫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간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들이 집결해 있는 상황이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래서 중지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이나 군인 등 200여 명이 겹겹이 쌓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개인 화기를 휴대한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호처가 만들어 놓은 버스 차벽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적 근거 없이 영장 집행 방해한 대통령 경호처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오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경호처는 반대로 공수처와 국수본이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는 입장이다. 경호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 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법원의 영장 발부로 이뤄진 것이다. 서부지법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내란 수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법원은 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고도 적시했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앞서 경찰의 대통령실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호처의 저지 명분으로 쓰인 법 조항이다. 관저가 안보 시설이라는 이유로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것을 우려해 법원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호처가 끝까지 영장 집행을 방해했고, 결국 이날 체포 영장 집행은 실패로 끝났다.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 권한대행에 SOS 친 공수처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은 오는 6일까지 유효하다. 이 기간 안에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 재시도 등 추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 영장 재집행 시도 여부는 검토를 해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후 공수처는 기자들에게 "현재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 공무원들의 (대통령)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경호처에 대한 지휘 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로 하여금 체포 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