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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내수기업 탈출 절실한데…은행권 “신사업 도전 다 막혀” [2025 RISK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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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등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지속 발전 위한 수익원 다변화 중요한데

엄격한 규제 체계로 곳곳 장애요소 있어

계열사 고객정보 공유 및 금산분리 완화 필요

헤럴드경제

은행이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비금융 분야 신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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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김벼리 기자]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대한민국에서 은행산업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계·기업 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늘면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는 있지만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양호한 경영성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가계·기업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대출 건전성이 악화돼 은행의 경영지표가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저출생 흐름에 내수 비중이 큰 은행산업의 수익 기반은 약해지고 있고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으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의 수익성은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은행으로서는 리스크 관리와 별개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이자 외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확장이나 신사업 발굴,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내수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 특유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보니 다른 산업과 달리 엄격한 규제 체계를 적용받아 새로운 도전에 장애 요소가 많은 편이다.

주요 은행은 디지털 전환 등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감한 혁신이야말로 은행산업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금융시스템의 기초체력을 견고하게 유지할 키(key·열쇠)라는 주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요구하는 주요 규제혁신 과제는 ▷계열사 간 영업목적 정보공유 허용 ▷비금융사 출자허용범위 확대 ▷부수업무 범위 규제 완화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허용 등이다. 주로 은행이 더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일단 은행은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한다. 현재는 고객정보를 경영 관리 목적으로만 공유할 수 있고 상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등에는 활용할 수 없다. 이에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이른바 ‘슈퍼앱’을 만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슈퍼앱이 결국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려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어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금융 계열사가 고객정보를 공유하면 고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은행은 고객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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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주요 규제혁신 과제로 계열사 간 영업목적 정보공유 허용, 비금융사 출자허용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현금자동인출기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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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열어주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도 대표적인 숙원 과제다.

최근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산업 환경에도 현행법상 은행은 비금융회사에 15% 이내의 지분투자만 가능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거나 수익성을 다변화하는 데 있어 제약이 크다는 얘기다. 회사의 여유 자금을 산업 발전에 직접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법 등 완화적인 제도를 통해 금융 진출이 자유로워졌으나 은행은 아직 금융업 이외 분야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은행이 스스로 혁신하고자 해도 규제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수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 완화나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허용을 요구하는 배경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거나 외부 자원, 신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수익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업무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업무는 크게 ▷여신, 수신, 환 등의 고유업무 ▷펀드·포험 판매와 같이 다른 금융권의 업무로 함께 수행 가능한 겸영업무 ▷그밖에 부수업무로 나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고유 전문성을 키우고 그외 리스크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업무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부수업무를 지나치게 한정하는 것은 개별 회사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경쟁력 강화를 막을 수 있다.

은행은 부수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시장 내 경쟁이 생기면서 고객 편익이 느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 통신, 유통, 부동산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부터 정보기술(IT)이나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과 같은 디지털·빅데이터 활용까지 사업 영역도 다양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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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개별 사업마다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고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2년마다 재심사를 통과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환경에서는 혁신 동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사외이사의 비계열회사 사외이사 겸직을 허용해 달라고 은행권은 주문한다. 때마다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이 나오지만 금융업계에만 한정된 사외이사 겸직불가 조항 등으로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는 규제가 많지만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규제의 틀이 산업간 융·복합 흐름 속에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전향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빠른 기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과 비금융의 기반을 모두 넓힐 수 있는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해도 개별 회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올해 본인가를 목표로 추진 중인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도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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