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마카오특별행정구 동아시안게임돔에서 열린 ‘마카오 중국 반환 25주년 기념대회’ 및 마카오 특별행정구 6기 정부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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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존중하고 내가 미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2024년 10월18일 월스트리트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인터뷰)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 이익이고, 싸우면 모두 다친다.”(2024년 11월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보낸 축전)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중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이다. 2017~2021년 한차례 맞붙었던 두 스트롱맨은 당시 경험을 되살려, 2차전에서는 별다른 ‘탐색전’ 없이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다시 링에 오르는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1월 초 대선 승리 직후 대중국 강경파 인사들을 통상 부문 수장에 임명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세 인상 방침을 내놓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상무장관에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관세를 올리겠다는 공약을 적극 옹호한 금융자산가 하워드 러트닉이 지명됐고, 돌격 대장 격인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는 트럼프 1기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가 낙점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관세 전쟁도 거듭 예고하고 있다. 지난 선거운동 기간 10~20%의 보편 관세와 60%의 중국 맞춤용 관세를 주장했던 트럼프 당선자는 당선 뒤인 11월25일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를 거론하며, 생산·유통지로 꼽히는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0월18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의 대만 봉쇄와 관련해 “당신(시진핑)이 대만에 들어가면 나는 당신에게 세금을 매길 것이다. 관세를 150~200%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 안보, 사회 이슈 등 필요한 분야에서 관세를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런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내각 구성에 한참이 걸렸던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충성심 높은 인사들이 행정부 주요 직위에 신속하게 포진할 예정이고, 행정부 견제 권한이 있는 의회 권력도 공화당이 장악했다. 미국 경제의 전례 없는 호황 행진도 중국과의 일전을 앞둔 트럼프 당선자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2012년부터 13년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시 주석도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당선자에게 보낸 축전과 12월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BC) 연례 만찬에 보낸 축전 등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중-미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중·미가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 본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싸움을 걸면 미국도 다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와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을 먼저 때리진 않지만,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12월 초 바이든 행정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통제 조처를 내놓자, 중국은 하루 만에 갈륨과 게르마늄 등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10년 가까운 대결 과정에서 중국의 대미 경제적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진 것은 시 주석의 자신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5년 18.0%에서 2023년 14.8%로 감소했고, 수출입을 포함한 교역액 비중은 14%(2015년)에서 11.7%(2023년)까지 낮아졌다. 미국은 2015년 중국의 교역 1위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유럽연합(EU)에 이은 3위가 됐다.
시 주석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과학·기술 분야의 자립을 1순위로 강조했고, 그 결과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차, 로봇, 우주, 조선, 친환경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산업 경쟁력과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로봇 등 다른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자체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자체 역량의 개선뿐만 아니라 우호적인 지역을 꾸준히 넓혀온 것도 중국의 ‘믿을 구석’이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대외 관계 핵심 정책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내놓고 동남아와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꾸준히 늘려왔고, 최근에는 개발도상국 지역을 뜻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은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등 국제 협력 조직을 주도하거나 참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어느 국가든 적용하는 ‘보편적인 추가 관세’를 공언하는 가운데, 시 주석은 그 반대되는 행동으로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중국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은 시 주석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다. 중국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사태와 부동산 위기 등이 겹치며 내수 부진과 성장률 둔화 등을 겪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공격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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