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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공습에 레바논 고대유적 훼손…‘보이지 않는 피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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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레바논 군인들이 지난 11월21일 레바논 발벡의 주피터 신전 유적 앞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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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으로 레바논 내 문화유산도 타격을 입었다. 문화유산의 피해는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바논 문화보존단체 빌라디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세를 확대한 지난 9월부터 휴전 협상이 타결된 11월 사이 레바논 내 문화유적지 최소 9곳이 완전히 파괴됐고, 15곳은 심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빌라디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평가한 문화유적은 모스크 3곳, 종교 성지 1곳,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옥 3채, 시장 1곳, 로마 성벽 1곳이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베이루트 사무소는 남부 해안도시 티레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지 내부에 있던 현대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또한 로마 사원과 원형극장 등이 있는 북동부 발벡 근처 프랑스 위임통치 건물과 오스만 제국 건물 등 인근의 여러 구조물이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해를 가할 수 있는 손상도 발생했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레이엄 필립 더럼대 교수는 헤즈볼라나 이스라엘이 “이슬람국가(IS)가 그랬던 것처럼 고의로 유산을 파괴하려고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엄청난 양의 폭탄이 투하되고 있어서” 어쨌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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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31일 레바논 동부 발벡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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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몰 웨스트잉글랜드대 교수도 폭발의 압력으로 부식 속도가 빨라지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도 큰 위험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리비아와 예멘에서 분쟁으로 고고학 유적지가 타격을 받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충격을 받고 10년 이내에 더 많은 구조적 붕괴가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은 동지중해의 고대 문명 교차점에 자리해 페니키아,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유적과 중세 기독교 십자군의 유적도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티레 로마 유적지 등 이스라엘의 공습에 처한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을 ‘임시 강화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쟁 시에도 문화유산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제재 및 처벌 수단을 찾기 어렵다. 이스라엘군은 유적지 보호 조치에 관해 FT에 “민간 인프라에 과도한 피해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군사적 필요성이 있을 때만 공습을 한다”며 “민감한 구조물 근처를 공습하는 경우에는 승인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 문화유산이 파괴 위험에 처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부터 15년 동안 이어진 레바논 내전,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사건 등으로 많은 유적지와 유물이 손상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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