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뉴시스] 이영환 기자 =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 현장에 충돌로 부서진 로컬라이저가 보이고 있다. 2024.12.31. 20hwan@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얼개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수습과 동시에 원인 규명 절차에 나섰는데 이번 사고가 조류 충돌,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인식이다. 항공기 사고 특성상 수거한 블랙박스 해독 작업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최종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고 발생 3일째인 31일 현재 이번 참사의 핵심 키워드는 속속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참사의 시간 흐름 상 주요 키워드들을 정리해본다.
버즈 스트라이크(Birds strike)
사고 여객기가 무안공항 관제탑의 1차 착륙 허가를 받은 건 29일 오전 8시54분께다. 관제탑은 활주로 01방향으로 착륙을 허가했다.이후 3분 뒤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종사에게 새 떼를 조심하라는 내용을 알렸고, 다시 2분 뒤인 8시59분 조종사는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3번 선언했다.
전후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참사의 최초 키워드는 버즈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행(Go around)
조류 경고를 받은 8시57분부터 2분동안 해당 항공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한다. 이 당시 이미 항공기의 양쪽 엔진에는 상당한 문제가 생겼고, 일부에선 항공기 전자장치 셧다운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1차 착륙에서 기장은 무안공항의 활주로 순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곧바로 복행에 나선다. 복행은 정상 착륙이 여의치 않을 때 다시 이륙하는 것을 말한다. 최악의 상황이 이 복행 뒤에 도사리고 있었다.
메이데이(May day)
복행에 이은 시간 흐름 상 키워드는 메이데이다.오전 8시59분 조종사의 '메이데이(조난)' 선언은 당시 이 항공기가 이미 긴박한 순간으로 치닫았음을 보여준다. 메이데이는 조종사가 위험 징후가 상당히 커 이런 부분들에 긴급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때 외치는 최후의 조난 구호다.
조종사는 당시 조류와 충돌이 있었고, 복행을 결정했다고 관제탑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행 결정 이후 급하게 고도를 높이던 항공기는 방향을 180도 바꿔 최초 착류 시도의 반대 방향인 활주로 19방향을 택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1차 착륙시도 실패한 원인에 대해 "조류 충돌로 인해 조종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올라가다가 아마도 기체 이상 탓에 긴급하게 활주로의 짧은 쪽, 19방향 쪽으로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랜딩기어(Landing gear)
관제탑은 오전 9시1분 활주로 19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내렸으나 이때 항공기의 랜딩기어(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 네번째 키워드마저도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는 성격이다.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극도의 혼란 상황에서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랜딩기어는 이번 사고의 최대 의문점을 담은 키워드이기도 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이 상호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고 전제한 뒤 "정확한 원인은 규명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동체 착륙(Belly landing)
결국 해당 항공기는 오전 9시2분께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한다. 동체 착륙은 유압에 문제가 생기거나 특별한 이유로 착륙 장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택하는 착륙 방법이다.착륙 과정에선 랜딩기어뿐 아니라 또 다른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착륙시 양력을 증가시키고 항공기를 감속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치인 플랩(flap)이 작동하지 않아 통상보다 빠른 속도로 최초 육상에 접지했고, 접지된 이후에는 스포일러(spoiler)가 펴지지 않아 마찰력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주요 제동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 같은 상황들은 유압계 이상이나 전원장치 셧다운 가능성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다.
로컬라이저 둔덕(Localizer low hill)
안타깝게도 여객기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오전 9시3분 활주로를 벗어나 지상 구조물(둔덕)과 충돌해 큰 폭발을 일으켰다.이 지상 구조물은 흙더미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으로 로컬라이저를 지지하는 형태다. 특히 여객기가 충돌한 둔덕이 피해를 한결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이다. 활주로 '오버런' 사고에서 기체가 로컬라이저를 쉽게 뚫고 지나갔어야 하는데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가 솟아 있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플라이트 씨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충돌 전까지 동체 착륙이었음에도 착륙을 상당히 잘 이뤄냈다. 벽(구조물)에 부딪히기 전까지 기체에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31일 별도 참고자료를 통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선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fgl75@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