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통해 '윤리경영' 언급…지난해 현장 사고 얼룩에 '안전' 강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0일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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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이 을사년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언급하면서 양사 역할론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양사가 신년사에서 '윤리경영'을 언급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달 31일 2025년 신년사에서 "미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은 새로운 기회다.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우리 실익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국가대표 K-조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주요 사업은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그로벌 시장에서 세계적 기업과 경쟁한다. 지난해 방산사업 수출은 처음으로 내수를 넘어섰고 해양사업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이 미국과의 협력을 언급하며 '미래형'으로 말했다면, 김 회장은 '과거형'으로 설명했다.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한화오션이 선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해군 급유함과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 조선시장 기반을 굳히기도 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존스법을 충족하는 조선소다. 존스법은 미국 자국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하는 내용이 담긴 법이다.
HD현대가 뒤처진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취임 직후 한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을 언급하면서, 권 회장 발언처럼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속도보다 '실익'을 추구하며 수익성 극대화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범현대 3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현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국 함정 MRO 사업 계획을 묻는 말에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참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에서 4번째)과 권오갑 회장(오른쪽에서 5번째),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지난해 3월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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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과 김 회장 모두 '윤리경영'을 언급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권 회장은 "모든 의사결정은 법과 원칙에 따르고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보다 윤리적, 혁신적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해 HD현대 조선업체 HD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 조선업체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한판 승부를 벌였다.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뒤 한화오션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다.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하고, HD현대중공업 역시 명예훼손 고소장을 취하하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갈등이 마무리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례 없는 미국 조선 시장 진출 기회를 양사 갈등으로 놓쳐서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자 미국은 견제구를 날리고자 우방국에 손을 내미는 상황인데, 불필요한 경쟁으로 일본 등에 기회를 뺏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권 회장은 이를 인식한 듯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K-조선 실력을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정부가 구심점이 돼 한국 조선업체가 협력을 도모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한편으로는 권 회장과 김 회장 모두 ‘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지난해 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권 회장은 "안전은 근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사, 생산, 안전과 같은 경영 기본활동부터 살펴보자"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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