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승객 161명 태운 ‘김포→제주行’… 이륙 직후 문제 발견 김포로 회항
항공기 교체했지만 21명 탑승 포기
작년 항공사고 30% 랜딩기어 원인… “기종과 관계없이 발생” 지적도
탑승객 유류품 수색 작업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탑승객들의 유류품 등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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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제주로 가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 장치) 이상으로 회항했다. 전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 여객기와 같은 기종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잇단 크고 작은 사고가 ‘항공 포비아(공포증)’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 제주항공 같은 기종 또 회항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회항해 7시 25분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왔다. 해당 기종은 보잉의 B737-800 기종으로,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과 동일한 기종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오전 6시 57분쯤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 즉시 해당 비행기 기장은 지상에 있는 통제센터와 교신했다. 이후 ‘정상’ 작동 신호가 떴지만 기장 판단하에 운행하지 않고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랜딩기어는 비행기 바퀴 등 기체가 지상에서 주행하거나 이착륙하는 데 필요한 장치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 보잉사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랜딩기어가 하나라도 작동하면 착륙을 시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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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항공편은 항공기를 교체하고 1시간 뒤 다시 제주로 출발했다. 교체한 항공기 역시 B737-800 기종이었다. 당초 승객 161명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지만 21명은 불안감을 이유로 탑승을 포기했다.
연이틀 동일한 기종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 회사엔 29일 0시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총 6만8000건의 항공권 취소가 접수됐다. 여행 관련 카페에선 “B737-800을 타도 되냐” “B737-800을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는 어디냐” 등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B737-800은 1960년대부터 생산된 B737 계열의 한 종류로 1997년 첫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5000대 이상 팔린 기종으로 국내에서만 101대가 운영되고 있다. 많이 팔린 기종인 만큼 사건 사고도 많았다. 출시 이후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고만 1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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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항공사고 30%가 랜딩기어 문제
최근 랜딩기어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B737-800 기종에 전반적인 결함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비행 중 랜딩기어 이상이 생기는 건 특정 기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있었던 항공사고의 53%가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전 세계 항공사고 30건 중 9건이 랜딩기어 문제로 빚어졌다. 해외에서는 29일(현지 시간) 캐나다 PAL항공사의 해빌랜드 DHC-8-402 항공기가 착륙 도중 랜딩기어 문제로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다.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와 TUI의 B737-800 여객기가 각각 10월과 8월에 랜딩기어가 제대로 접히지 않아 회항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8월 티웨이항공의 에어버스 A330-300 기종이 이륙 후 랜딩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회항했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의 뉴욕행 A380 여객기가 랜딩기어 문제로 되돌아왔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인재개발원장은 “제주항공 사고는 기종 자체의 결함 문제가 아니다. 랜딩기어 이상은 모든 기종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라며 “참사 직후라서 과도한 우려를 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항공기가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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