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과 모후 엘리자베스 대비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서거하면서 영국 언론이 생전 그와 영국 왕실의 인연을 재조명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30일 '카터가 소박한 스타일을 왕실에 가져온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25주년인 1977년 영국을 방문했던 일을 소개했다.
카터는 취임 4개월 만인 1977년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 등을 위해 런던을 방문했고 엘리자베스 2세가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여왕과 남편 필립공, 장남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뿐 아니라 모후인 엘리자베스 대비, 여동생인 마거릿 공주 등 왕실 가족이 총출동해 G7 정상들을 맞이했다.
취임식 때부터 소박한 스타일을 내세웠던 카터 대통령은 버킹엄궁의 화려한 분위기에 놀란 듯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한 신문 칼럼에는 '깜짝 놀랄 일'이 공개됐다. 1977년 버킹엄궁 만찬에서 카터가 대비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는 '과도한 친밀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익명의 참석자에 따르면 대비는 건배를 제의할 때 자신이 특별히 꺼리는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대비가 중얼거린 세 명의 이름 중 카터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가 그 이유를 묻자 대비는 "그가 뻔뻔스럽게도 내 남편(조지 6세) 사후에 유일하게 내 입술에 입 맞춘 사람이라서"라고 답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기 작가 윌리엄 쇼크로스가 2009년 출간한 공식 전기 '모후 엘리자베스'에도 이 일이 담겼다. 대비는 카터가 입맞춤을 위해 다가오는 걸 보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충분히 멀리는 못 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중지 데일리메일도 이 일을 조명하면서 "미국인이 왕실 가족을 만날 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게 필수는 아니지만 입맞춤은 국적 불문 선을 넘은 것"이라며 "카터는 여전히 영국에서 최대 왕실 의전 위반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썼다.
그의 서거에 찰스 3세 국왕은 "큰 슬픔"이라며 "그의 헌신과 겸손함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으며 그가 1977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를 아주 좋게 기억한다"고 밝혔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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