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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태국 과자 사온다던 내 친구"…지금 광주·전남은 울고 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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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 지인들 애도 물결

결혼 앞둔 예비신부·수십년 지기 친구도 못 돌아와

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피해자 학생이 친구들에게 보낸 대화 내용.(한혜원양 제공)2024.12.2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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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무안=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30일, 광주·전남 전역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귀국할 때 선물을 한아름 사오겠다던 친구를 기다리던 중학생들, 승무원 친구를 떠나보낸 10년 지기, 수십년을 우정으로 다져온 동창을 떠나보낸 친구도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친구 앞에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했다.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광주시민 합동분향소에는 중학생 학생 5명이 눈물을 쏟았다. 이들 학생은 이번 참사로 같은 반 친구를 떠나보냈다.

서강중 재학생인 한혜원 양(15)은 안타깝게 희생된 동급생 친구에 대해 성실하고 밝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한 양은 "친구는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학급에서 서기를 맡고 방송부 활동도 하는 적극적인 친구였다"고 했다. 가족들과 방콕여행을 떠나기 전 단체대화방에서 "갖고 싶은 기념품을 말해달라"고 말하며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무안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됐다. 한 양을 비롯한 5명의 중학생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앞서서는 이선영 씨(30·여)가 17개월 아들, 남편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이 씨는 이번 참사로 친한 언니를 떠나보냈다. 이 씨는 "내년 3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다. 청첩장을 주며 결혼식 때 보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박미경 씨(59·여)는 방콕여행을 떠난 친구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분향소를 2차례 찾았다.

박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와의 통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내년 1월 중순에 신년회 겸 맛집에 함께 가자했는데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됐다"고 했다.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과 멀지 않은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전남도 합동분향소도 슬픔만이 가득 찼다.

남편, 아들과 함께 분향소에 도착한 이현주 씨(39·여)는 빼곡하게 채워진 위패를 보고 통곡했다.

이 씨는 이번 참사로 희생된 82년생 여성 승무원 A 씨의 지인이다. A 씨는 사무장급 승무원으로 두 사람은 10년지기 단짝이다.

이 씨는 "제가 부산에 살고 있는데 언니가 이번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길 듣고 급하게 무안까지 왔다"면서 "항상 부산에 비행 올 때면 저를 보고 갔다. 남편과도 함께 보고 가족끼리도 너무 친한 언닌데, 친근하고 착한 언닌데 어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언니는 할머니가 돼서도 승무원이 하고 싶다던 사람이었다. 사고 당일도 비행기 타기 전 동료들과 피자 먹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면서 "언니가 사무장이기 때문에 사고 당시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고 났을 때 승객들에게 '고개 숙이라' 안내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너무 믿기질 않고 슬프다"고 오열했다.

이명진 씨(47)도 분향소를 찾아 슬픔을 달랬다. 이 씨는 100여 개의 위패들 사이에서 지인 B 씨의 이름을 발견한 뒤 눈물만 흘렸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B 씨는 지난 14일 사업을 위해 태국으로 출국했는데, 떠나기 이틀 전인 12일에도 함께 자리를 가졌다.

이 씨는 "친구가 태국에서 베이커리를 개업하기 위해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면서 "지난 12일날 보고 돌아오면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친구는 같은 졸업 기수 중에서도 리더십도 좋고 여기저기 친구들을 잘 살피는 정 많은 애였다"면서 "비행기 좌석이 꽤 앞쪽이었던 것으로 안다. 친구가 하루빨리 시신도 수습돼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앞서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구조물과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181명 중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졌다.

광주·전남 지자체는 지역 내 29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는 유가족이 머무는 무안국제공항에도 합동분향소를 설치 중이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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