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3 (금)

"3세 아들 여권에 첫 도장 쾅"…'기아 우승' 축하 여행 일가족 참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제주항공 착륙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들) 첫 여권 첫 도장 쾅. 피곤했지만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했다.

29일 일어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중 가장 어린 고모(3)군은 부모와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 고씨(43)씨와 부인 진모(37)씨는 이번 여행 중 아들과 행복했던 순간을 이렇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아버지 고씨는 “아들이 호랑이·코끼리·악어·홍학 등 보고 싶었던 동물을 다 가까이서 보고 흥분 최고조였다”며 “온 가족 첫 해외여행에 행복하다”고 썼다.

부부는 아들과 함께한 1~2일차 사진을 기록했다. 방콕의 사원·전망대·동물원에서 찍은 가족사진과 비행기 창밖을 보는 아들의 뒷모습도 남았다.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24시간 전에 남긴 글엔 “최고의 순간”이라고 적혔다. 진씨도 “행복하다”고 여러 번 썼다.

야구단 기아타이거즈 직원이었던 고씨를 추모하는 글도 이어졌다. 고씨는 크리스마스·연말을 기념할 겸 기아타이거즈의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할 겸 여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스포츠 정우영 아나운서는 “똑부러지게 일을 잘해서 중계팀 모두가 좋아했다”고 회고했고, 야구 커뮤니티에도 “그곳에선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남편과 아버지로 행복하세요” 등 추모 글이 올라왔다. 고씨의 동료는 “훌륭했던 동료를 잃어 안타깝다. 구단 차원에서 추모하는 입장을 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고령자 배모씨, 팔순 여행 갔다가 참변



중앙일보

30일 아침 일찍부터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로 유가족이 모였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희생자 179명 중 최고령자였던 배모(79)씨의 둘째 아들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달 11일 아버지 배씨의 팔순을 기념해 여행을 떠났던 가족 9명이 일순 세상을 떠났다. 배씨의 4남매 중 두 딸과 사위 한 명, 손녀(5), 손주들(12·18·19), 부인 등이었다.

아들 배씨는 30일 오전 3시쯤공항 2층 신원확인 유족 대기실에서 “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큰형님 가족 내외와 함께 찾아뵌 게 마지막이 됐다”며 “나이 오십줄인데 졸지에 고아가 됐고 한 가족이 박살 났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 “누굴 원망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유일하게 로밍을 했다는 큰 사위 휴대전화만 사고 당일 오전 11시까지 켜져 있었다”며 “크리스마스 특가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되는 형제들끼리 부모님 모시고 떠났던 여행인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공항 와서 착륙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분통



여동생과 언니를 잃은 네 자매도 슬픔을 마음을 토해냈다. 혼자 방콕 여행을 떠났다는 정모(51)씨의 언니(50대)는 “시신을 확인하러 갔더니 부직포 비닐에 싸서 찬 바닥에 누워있더라”며 “온몸이 새까만데 얼굴만 세수를 시켜 놓은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사지가 멀쩡한데 시신을 왜 넘겨주지 않는 것인지 애가 탄다”며 “공항에 다 와서 착륙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인도로 발령 난 아버지와 태국에서 만나 가족여행을 했던 김모(20)씨의 SNS에도 추모글이 이어졌다.그는 어머니, 형(24)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길 헤매지 말고 너무 오래 머물러있지 말고”, “거기선 가족과 행복하길” 등 글을 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안=손성배·김서원·이아미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