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착륙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슬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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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첫 여권 첫 도장 쾅. 피곤했지만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했다.
29일 일어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중 가장 어린 고모(3)군은 부모와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 고씨(43)씨와 부인 진모(37)씨는 이번 여행 중 아들과 행복했던 순간을 이렇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아버지 고씨는 “아들이 호랑이·코끼리·악어·홍학 등 보고 싶었던 동물을 다 가까이서 보고 흥분 최고조였다”며 “온 가족 첫 해외여행에 행복하다”고 썼다.
부부는 아들과 함께한 1~2일차 사진을 기록했다. 방콕의 사원·전망대·동물원에서 찍은 가족사진과 비행기 창밖을 보는 아들의 뒷모습도 남았다.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24시간 전에 남긴 글엔 “최고의 순간”이라고 적혔다. 진씨도 “행복하다”고 여러 번 썼다.
야구단 기아타이거즈 직원이었던 고씨를 추모하는 글도 이어졌다. 고씨는 크리스마스·연말을 기념할 겸 기아타이거즈의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할 겸 여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스포츠 정우영 아나운서는 “똑부러지게 일을 잘해서 중계팀 모두가 좋아했다”고 회고했고, 야구 커뮤니티에도 “그곳에선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남편과 아버지로 행복하세요” 등 추모 글이 올라왔다. 고씨의 동료는 “훌륭했던 동료를 잃어 안타깝다. 구단 차원에서 추모하는 입장을 낼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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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자 배모씨, 팔순 여행 갔다가 참변
30일 아침 일찍부터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로 유가족이 모였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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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179명 중 최고령자였던 배모(79)씨의 둘째 아들은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달 11일 아버지 배씨의 팔순을 기념해 여행을 떠났던 가족 9명이 일순 세상을 떠났다. 배씨의 4남매 중 두 딸과 사위 한 명, 손녀(5), 손주들(12·18·19), 부인 등이었다.
아들 배씨는 30일 오전 3시쯤공항 2층 신원확인 유족 대기실에서 “어머니 생신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큰형님 가족 내외와 함께 찾아뵌 게 마지막이 됐다”며 “나이 오십줄인데 졸지에 고아가 됐고 한 가족이 박살 났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 “누굴 원망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유일하게 로밍을 했다는 큰 사위 휴대전화만 사고 당일 오전 11시까지 켜져 있었다”며 “크리스마스 특가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되는 형제들끼리 부모님 모시고 떠났던 여행인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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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와서 착륙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분통
여동생과 언니를 잃은 네 자매도 슬픔을 마음을 토해냈다. 혼자 방콕 여행을 떠났다는 정모(51)씨의 언니(50대)는 “시신을 확인하러 갔더니 부직포 비닐에 싸서 찬 바닥에 누워있더라”며 “온몸이 새까만데 얼굴만 세수를 시켜 놓은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사지가 멀쩡한데 시신을 왜 넘겨주지 않는 것인지 애가 탄다”며 “공항에 다 와서 착륙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인도로 발령 난 아버지와 태국에서 만나 가족여행을 했던 김모(20)씨의 SNS에도 추모글이 이어졌다.그는 어머니, 형(24)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길 헤매지 말고 너무 오래 머물러있지 말고”, “거기선 가족과 행복하길” 등 글을 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안=손성배·김서원·이아미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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