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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TF씨네리뷰] 이국적인 풍경·송중기의 변신만 남은 '보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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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치열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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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봉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들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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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박지윤 기자] 꼭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극장에서 관람하는 시간을 즐겁게 느끼도록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기도 한다. 그런데 그 어느 쪽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어려운 작품이 등장했다. 신선하고 긴장감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그렇게 이국적인 풍경과 송중기의 다채로운 얼굴이 전부인 '보고타'다.

오는 3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소수의견'을 연출한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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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그는 인물의 10대부터 30대까지 긴 서사를 연기하며 다채로운 얼굴을 꺼낸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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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와 그의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이들이 보고타로 향한 이유는 베트남전 당시 국희 아버지의 전우였던 박병장이 한인상인회의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희의 아버지는 무능력함의 끝을 내달렸고, 무기력한 어머니와 함께 낯선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국희는 박병장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성실함으로 그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렇게 박병장의 테스트로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된 국희는 콜롬비아 세관에게 걸릴 위기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물건을 지켜내면서 박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에게도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이후 수영은 국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를 눈치챈 박병장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국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체감한 국희는 점점 더 큰 성공을 열망하게 된다. 과연 그가 가장 높은 6구역까지 올라가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보고타'는 1990년대 콜롬비아 보고타를 방문했던 제작사 대표가 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흥미로운 삶을 보고, 그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기획된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 감독은 한인사회에서 서로를 질투하고 싸우는,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낯설고 이국적인 콜롬비아의 풍경 위에서 풀어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콜롬비아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 만큼, '커피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국가의 여러 문화와 광활하지만 이국적인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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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는 2019년 콜롬비아 현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약 5년 만에 개봉하게 된 작품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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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송중기의 열연도 눈에 띈다.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로 분한 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한 소녀부터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30대 청년까지, 한 인물의 긴 서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다채로운 얼굴을 꺼냈다. 보고타에 도착하자마자 강도에게 전 재산을 뺏기며 허망함을 느꼈던 소년이 6구역까지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들끓는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외적 비주얼의 변주와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한다.

다만 이국적인 풍경과 송중기의 활약 외에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이희준을 비롯해 권해효 김종수 박지환 조현철 등은 예상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준다. 제 몫을 다하지만 그 이상의 인상을 남기지 못한 데에는 얽히고설킨 인물의 얕은 관계성과 부족한 작품의 개연성 때문이다.

오히려 박병장과 수영 사이에서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국희의 심리를 더욱 밀도 있게 그려내고,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한인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인물의 고군분투기에 더욱 집중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앞에서 쌓아놓은 서사가 없으니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나열되며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긴장감을 느끼기보다 의문만 자아낸다. 이국적인 풍경과 송중기의 변화 외에,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재미를 주고 싶었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보고타'는 2019년 콜롬비아 현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약 5년 만에 개봉하게 된 가운데 올해 마지막 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6분이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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