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폭증에 따른 현금 유출 가속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약 2606억원이다. 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로 2위인 티웨이항공의 1843억원보다 763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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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이후 제주항공에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참사 발생 이후 단기간 내 예약 취소가 급증하면서 미리 받은 항공권 선수금의 상당 부분을 환불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약 2606억원이다. 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로 2위인 티웨이항공의 1843억원보다 763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항공권 선수금은 고객이 항공권을 예약할 때 미리 결제한 대금으로 항공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 회계상 부채로 처리된다. 항공권 사용 이후에는 매출로 전환되지만, 그전까지 항공사는 이 금액을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해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선수금은 '좋은 부채'로 불린다.
그러나 참사 이후 환불 요청이 급증하면서 제주항공은 막대한 현금 유출을 겪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 12월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약 하루 만에 6만8000건의 항공권 예약이 취소됐다. 취소 건 대부분은 사고 발생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하며 취소 수수료 면제와 전액 환불을 공지하면서 현금 유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제주항공 탑승을 꺼려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항공편 변경 등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환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제주항공의 유동성과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현금 유출에 따른 유동비율 감소는 물론 영업활동현금흐름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온 제주항공에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39.4%로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적정 기준인 150%를 크게 밑돌았다. 또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39억원 순유입으로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 3016억원에서 68.9%나 감소한 수치로 현금 흐름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제주항공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참사 직후인 12월 30일, 제주항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25% 급락한 7040원에 마감했다. 이는 최근 1년 내 최저 수준으로 투자자들은 환불 급증과 유동성 압박이 경영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4차 브리핑에서 "현재 취소량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얼마나 신속하게 고객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이후 경영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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