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참사] 부장·부기장 실수로 랜딩기어 내리지 않고 동체착륙
126명 탑승했지만 엔진 동체 후미 배치돼 참사 막아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사망자 179명이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등의 합동조사가 본격화되기 전이지만, 사고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고 활주로를 달린 것이 제보 영상 등을 통해 맨눈으로 확인돼 랜딩기어 고장이나 오작동에 따른 동체착륙 시도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에 무게추가 실린다.
30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동체착륙은 비행기 몸체를 직접 활주로에 닿게 해 착륙하는 방식으로, 동체와 활주로 마찰로 속도를 줄여 정지한다. 매우 긴박한 상황일 때 불가피하게 시도하는 착륙 방식으로, 동체 하부 손상이 불가피하다.
무안국제공항(2800m)보다 활주로 길이가 짧은 대국국제공항(2755m)에서도 동체착륙한 사례가 있다.
1991년 6월 13일 제주국제공항을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으로 온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 보잉727-200이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고 동체착륙했다.
당시 사고기에는 승객 119명과 승무원 7명 등 126명이 타고 있었다. 동체착륙으로 일부가 경상을 입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사망자 없이 끝날 수 있었던 데는 보잉727-200 기체 특성상 엔진이 날개가 아닌 동체 후미에 달려 있어 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충돌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기체 하부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고, 기체가 지면에 도달하는 형태 또한 정상적 착륙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매우 순차적이고, 미끄러지듯 접촉한 점이 대형 참사를 막은 요인으로 꼽혔다.
당시 사고기는 기체 속도도 비교적 느려 다른 구조물에 부딪히기 전 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국제공항 사고기의 동체착륙의 경우 이번 무안 여객기 사고처럼 랜딩기어 고장이 아닌 당시 기장의 판단 착오로 이뤄졌다.
기장이 부기장의 조정 훈련을 위해 부기장에게 착륙시켰고,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대구공항 관제탑에서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콜사인을 보냈지만, 관제사가 기체 이름을 잘못 말하기도 했다.
너무 다급했던 상황인 탓에 사고기가 아닌 뒤 따라오던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에 랜딩기어 확인과 복행(정상 착륙이 어려울 경우 다시 이륙하는 과정) 지시를 하는 관제미스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 후로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대구-제주 노선을 1달간 정지했고, 기장과 부기장, 항공기관사의 면허를 박탈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징계회의에서 해당 조종사들을 해고했다.
2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무안공항 사고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전날(29일) 오전 9시 3분쯤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는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이다.
여객기는 조류 충돌로 추정되는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미작동하면서 활주로에 동체착륙했고,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공항 외벽에 충돌하며 크게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다음 달 4일 자정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무안국제공항 현장과 대구, 전남, 광주, 서울 등 17개 시·도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pdnams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