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솔루션즈'(Battery Solutions)라는 사명에는 재활용을 넘어 배터리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배터리솔루션즈 김민홍 대표(사진)는 17일 경상북도 영천시 영천공장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배터리솔루션즈는 자동차 납축전지(시동을 걸거나 전장 부품에 전원을 공급할 때 쓰이는 배터리) 재활용으로 연간 약 10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넘어 추가적인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기차 충방전 설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 업체 등을 비롯해 10개 넘는 회사 매물을 보고 있다"며 "재활용 사업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솔루션즈가 지난 6월 코스닥상장사 케이피에스(KPS)를 대주주로 맞으면서 간판을 세기리텍에서 바꿔 단 것도 사업다각화라는 청사진을 새롭게 그렸기 때문이다.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기업공개(IPO)에도 나선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공모자금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신사업을 위한 신공장 건설에 나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캐시카우' 납축전지 사업 바탕 위 신사업 모색
배터리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949억원, 영업이익은 113억원이다. 올해 연간 매출액은 약 1100억원으로 예상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모두 납축전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으로 올렸다. 배터리솔루션즈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납축전지를 회수해 재생연(순연, 합금연)을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납축전지는 없어서 못 파는 시장"이라며 "내년 6월 안에 캐파(CAPA·생산능력)를 지금보다 1.8배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반기에만 10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납축전지를 만드는 나라가 많지 않다. 중국도 전기차 위주로 바뀌면서 많은 납축전지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재생연(재활용한 납축전지)이 전기연(광산에서 채굴한 뒤 가공한 납)에 비해 톤당 200달러 정도 저렴하다"며 "재생연 역시 99.98%의 고순도 순연이라 배터리 제조사들이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도 납축전지 재활용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기차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인산철(LFP) 폐배터리를 회수해 니켈과 코발트 등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 중국 배터리 재활용 장비제조사 서니그룹(Suny Group)으로부터 전처리 공정 설비를 들여와 영천 공장에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다만 전기차가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명이 10년 정도인 전기차 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회사의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도 폐배터리 공급이 시작되는 2030년 정도가 될 것으로 김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에서 나온 불량품을 재활용하는 것 외엔 (재활용) 공급원이 없지만 앞으로 (6년 뒤에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처리 파일럿 라인은 연간 블랙파우더 7000톤(t)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구축됐는데, 추후 양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증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어 "리튬 등의 지구 매장량은 한정돼 있어 결국 100% 재활용하는 시대가 올 전망"이라며 "(아직 먼) 2030년까지 누가 잘 준비했다가 제대로 (재활용을) 할 수 있느냐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터리솔루션즈는 납축전지 사업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현금흐름 없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동, 후처리 공장 짓는다
내년 상장에 성공하면 경북 포항에 전기차 배터리 후처리 공장을 짓는다는 로드맵도 세웠다. 영천 전처리 공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내에 6만6115㎡ 규모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전처리가 폐배터리를 파쇄해 가루(블랙파우더)로 만든다면, 후처리는 화학적 처리를 통해 금속을 원소별로 추출하는 공정이다. 회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전처리부터 후처리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솔루션즈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선 재활용 업체 등의 밸류체인을 먼저 구축한다.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의 전기차 기업도 배터리솔루션즈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납축전지든, 전기차 배터리든 재활용은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연합(EU)은 2031년 8월부터 코발트는 16%, 리튬과 니켈은 각각 6%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납의 재활용 최소비율은 85%다.
김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꾸준히 이익이 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주민 동의가 필요해 엄격한 환경 문턱을 넘지 않으면 환경부 허가를 받을 수 없는 데다, 환경 문제를 일으키면 바로 영업정지가 되기 때문"이라며 "자체 폐수처리시설과 대기오염 방지시설 구축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체계적인 '환경 경영'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와 산업재해 방지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안전 요원을 따로 채용했고, 대기와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투자, (폐배터리) 수거부터 생산, 배송까지 정부에 매일 보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천(경북)=김혜란 기자 info@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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