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탑승객들과 나눈 일상적 대화
여행 설렘·참사 이후 애타는 마음 담겨
여행 설렘·참사 이후 애타는 마음 담겨
어머니와 함께 태국 여행을 간 딸이 김상철 씨에 지난 26일 보낸 메시지. 김씨가 딸에게 ‘연락줘’라고 했지만 메시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김상철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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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낮 12시48분 태국 파타야에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사진 속 아내와 딸은 밝은 표정이었다. 김상철씨(52)는 “즐거운 시간 마지막까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딸은 “웅”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29일 오전 10시14분 딸에게 다시 카카오톡을 보냈다. “연락줘”. 딸은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태국으로 여행을 갔던 김씨 아내(51)와 딸(26)은 이날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도착하는 제주항공 7C2216편을 타고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김씨는 “사고 초기 사망자가 20여명이라는 말을 듣고 살아있기 만을 기도했다”라며 고개를 떨꿨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해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타고 있던 여객기에서는 단 2명 만이 생존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탑승객들과 가족들이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에는 해외여행의 설렘과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애타는 심경이 드러나 있다. 경향신문은 피해자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살펴봤다.
광주에 사는 고모씨가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27일 돌아오는 아들에게 ‘내일 오느냐’고 붇는다. 고모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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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씨는 아들이 4살짜리 손자·며느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며 아들이 추락 여객기에 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그는 이날 오전 10시43분 아들에게 “아들 내일 오지, 오늘 방콕에서 온 것(여객기) 무안에서 추락됨. 연락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읽지 않음’을 나타내는 숫자 ‘1’이 종일 사라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태국으로 여행을 간 아들은 여행 중간중간 고씨에게 가족 사진이나 어린 손자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고씨는 “아들이 얼마나 착하고 생각이 깊은 줄 모른다”면서 “생존자가 2명이라는데 (아들 가족이)아니어서 어떡해”라고 말했다.
암 투병을 이겨내고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50대가 한국에 남은 자녀에게 보낸 카톡. 택배를 챙기라는 부탁과 함께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고 있다. 가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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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22)와 그의 동생(15)은 무안공항 청사에서 손을 꼭 잡은 채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렸다. 50대인 어머니는 1년간의 암 투병을 이겨내고 건강이 좋아져 친구들과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어머니는 태국에 도착한 뒤 “아들 필요한 거 있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한국에 남은 남매를 살뜰히 챙겼다. 집에 도착한 ‘택배 정리’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남매는 “어머니가 오랜 투병생활로 고생하셨고, 여행사에서 ‘크리스마스 방콕 여행 패키지’가 출시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면서 “여행 중에도 틈틈이 안부 등을 나눴었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사고 소식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한 여객기에 탔던 어머니와 아들이 사고 직전 주고 받은 메시지. 가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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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20대 A씨는 사고 직전 여객이 안에 있던 어머니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어머니는 오전 9시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아들이 되묻자 어머니는 사고를 직감한 듯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이 곧바로 “어쩐대”라며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어머니는 끝내 보지 않았다. 오전 9시37분 “왜 전화가 안돼”냐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다시 보낸 아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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