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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국내 발생 여객기 사고 중 최악… 이착륙 ‘마의 11분’대 발생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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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사고와 비교해보니

탑승자 총 181명 중 179명 사망

LCC 출범 후 첫 대형 참사 기록

1997년 괌 공항서 착륙 중 사고

활주로 앞 야산 추락 228명 숨져

이·착륙 과정 사고위험 가장 커

1983년 소련서 대한항공 피격

승객·승무원 269명 모두 사망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의 전남 무안국제공항 비극은 국내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역대 최악의 대참사가 됐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첫 대형 사고인 이번 참사는 11년 만의 국적 항공기 사망 사고이자, 국내외에서 발생한 역대 국적기 사건·사고 가운데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 규모를 기록했다.

29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번에 화를 당한 제주항공 7C2216편의 탑승객은 승무원 6명을 포함해 총 181명이다. 구조당국은 이날 오후 8시38분 기준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 2명을 제외한 사망자 시신 179구를 모두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일보

참혹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3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무안=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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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항공기 사건·사고 중에선 1983년 구소련 캄차카 근해에서 대한항공 007편이 격추당해 승무원과 승객 269명이 사망한 것이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사고다.

이어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미국 괌 공항에 착륙하려다 인근 밀림지대에 추락해 228명이 숨진 사고가 역대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았다. 격추·테러가 아닌 운행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를 기준으로 했을 땐 괌 사고 이후 이번 무안공항 사고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셈이다.

이번 사고는 1987년 대한항공 858편 여객기가 인도양 버마(미얀마) 상공에서 폭탄 테러로 추락해 115명이 사망한 일명 ‘KAL기 폭파 사건’보다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로 기록되게 됐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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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발생한 우리나라 항공기 사망 사고는 2013년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활주로 착륙 중 방파제에 추돌한 사고다. 승객 3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

특히 이번 무안공항 사고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 중에서는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사고로 남게 됐다. 전남권에서는 31년 전인 1993년 아시아나항공 OZ733편 여객기가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다 해남 야산에 추락한 사고가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인명 피해다. 해당 사고로 탑승객 66명이 숨졌다.

2002년 중국 국제항공 B767-200 여객기가 경남 김해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선회접근 중 돛대에 추락 후 전소해 129명이 사망하고 37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사고 이후로도 최대 규모 피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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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불시착 관련 사고 뉴스를 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7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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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피해가 큰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항공기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착륙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륙 후 3분·착륙 전 8분’을 ‘마(魔)의 11분’으로 부를 정도로 이·착륙 시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실제 이와 관련된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항공업계에선 역대 항공사고 중 70∼80%가 마의 11분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는 긴급 상황이 닥쳐도 대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가장 긴장할 때”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비상 동체착륙 뒤 속도 제어에 실패했고, 바로 공항 시설물과 충돌, 폭발하면서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어 “담장과 충돌한 이후 기체 밖으로 승객들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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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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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인명 구조와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현장 작업을 벌였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항공 행정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인명 구조, 피해자 수습과 장례 준비, 유가족 위로와 설명,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대책, 여타 국제선 항공 대체편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선 항공사고조사관과 항공안전감독관 등이 탑재용 항공일지를 수거하는 등 현장 증거자료 수집에 나섰다. 이번 사고로 무안공항 활주로는 다음달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된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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