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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시가 있는 월요일] 메마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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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정희성 '숲' 전문

숲에 가서 고개를 들어보라. 거대한 나무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자라는 걸 보게 된다. 한 나무의 잎과 다른 나무의 잎이 자기 영역을 지키며 자라 광합성을 극대화하는데, 이를 수관기피(crown shyness)라 한다. 인간에게도 적당한 거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우리는 접촉 자체를 피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모두에게 낯선 세상이 되었다. 메마른 아스팔트 위를 지나는 행인들은 그래서 더 깊은 추위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옆사람 손을 말없이 잡아보자. 온기가 느껴질 것이다. 인간은 각자의 내부에 하나의 태양을 품고 살지 않던가.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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