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각종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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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27일 장중 한때 1486.7원까지 올랐다. 전날 종가(1464.8원)에 견줘 21.9원(1.5%) 상승하고, 3일 밤 내란사태 전 주간거래 종가(1402.9원)에 견줘서는 83.8원(5.97%)이나 오른 것(원화가치는 하락)이다. 다만 이날 주간거래는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분석가들은 외환당국의 매도 개입이 있었고, 더 공격적인 매도 개입을 경계해 달러 매수를 자제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낮은 야간 거래에서는 다시 3원 올라 147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히 내란 사태를 완전 종식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1500원을 넘기는 것을 시간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밑바탕에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단이었다. 에너지·식량을 필두로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휩쓸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달러가치가 급등했다.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에 견준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가 2월말 96.71에서 9월 한때 114.78까지 올랐고, 9월 말 112.12에 이르렀다. 7개월 사이 15.9% 오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도 2월말 1200.12원에서 9월말 1439.96원으로 20% 뛰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주요 6개국 통화보다 큰 것은 무역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지역보다 외부충격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급등했던 달러지수는 2022년 말 103대까지 떨어졌다. 그 뒤 100∼107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달러지수가 이른바 ‘박스권’을 뚫고 108대로 올라서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계기가 됐다. 11월5일 103.42였던 달러지수는 12월19일 108.48까지 올랐고, 29일 현재 10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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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화의 약세폭(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폭보다 훨씬 크다. 그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12월3일 내란 사태 이후다. 달러지수는 12월3일 106.36에서 27일 108.00으로 1.54% 오르는 데 그쳤으나, 27일 야간 거래 종가까지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4.8%에 이른다.
환율 급등을 초래한 모멘텀(계기)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때의 폭등이 시발점이 됐다. 1402.9원에 주간거래를 마친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한때 1442원까지 폭등했다. 환율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1425원으로 떨어졌고, 다음날 주간거래에선 1410.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2월7일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열린 9일 시장에서 한차례 더 폭등세를 연출했다. 장중 1438원까지 올랐고, 143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후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소폭 하락에 그쳤다.
환율 급등의 세번째 계기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 공포를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한 일이다. 이날 환율이 장중 1470원까지 튀어올랐다. 국회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안이 통과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외환시장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27일 외환시장 분석가들이 낸 시황보고서를 보면, 환율 불안 원인으로 한결같이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 정치 불안을 꼽고 있다.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열쇠는 지금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가진 최상목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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