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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2024 부동산 결산]③앞에선 '닥공(급)!', 뒤에선 대출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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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당국은 '공급확대'… 수요규제는 금융당국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공급방안 속속
GB 풀어 새 공급…비아파트 활성화까지
공급효과 미미…오히려 대출규제 영향↑


V 강남 집값이 잡혔나?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진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대목 중 하나다. 정부는 올 한 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공급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인허가'를 기준으로 한 공급은 즉각적인 효과를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 민간 개발사업 진작 면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오히려 시장만 요동쳤다. 강남권에선 신고가가 나오고 지방은 급속도로 냉각되며 '초양극화' 시대로 진입했다. 결국 수요 억제 정책인 대출 규제 강화를 본격화하고서야 서울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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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요 부동산 정책 발표 및 시행/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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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밀어주고 GB 풀고 '공급! 앞으로'

올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온통 '공급'이었다. 각종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부추기고 수도권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까지 풀어 주택의 '양적 확대'에도 집중했다.

그 시작은 1·10 대책인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다. 이 대책은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수도권 공급에 속도를 내고, 소형주택 매수를 유도해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재건축 시작부터 발목을 잡았던 '안전진단' 규제를 큰 폭으로 풀어 정비사업 환경을 개선했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절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 가능해져 사업 기간을 최대 6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사: 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뺀다(1월10일)

비아파트 시장에도 숨통을 텄다. 올해와 내년에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보유자는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2020년 폐지했던 비아파트 소형주택의 단기 등록 임대도 부활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실제 공급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비아파트 시장 역시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굵직한 공급 대책을 또다시 내놨다. 8·8 대책으로 불리는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이 대책에는 신규 공급원을 확보하는 등 양적 공급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8·8대책은 서울 및 서울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GB)를 풀어 내년까지 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 일대에서 GB를 대거 해제한 건 12년 만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GB 해제를 통해 보금자리주택지구를 공급한 바 있다.

이 대책의 후속 조치로 지난달 발표된 수도권 GB 해제 지역은 △서초구 일대 서리풀지구(2만가구) △경기 고양시 대곡역세권(9000가구) △경기 의왕 왕곡(1만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지구 등이다. ▷관련 기사: '서리풀·대곡·오전·용현' 6.9㎢ 새 택지에 5만가구(11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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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은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 보유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범위 확대 등도 담겼다.

그러나 신규 공급은 토지 보상 등 변수가 예상되고, 정비사업은 재건축 특례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전세 포비아'로 신음했다.

주요 공급원이 될 1기 신도시 재정비도 갈 길이 멀다. 4월27일 1기 신도시 등 재정비 지원 방안이 담긴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시행되고 11월27일 선도지구 3만6000가구 규모를 확정했다. 그러나 낮은 사업성, 미흡한 이주 지원대책 등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신도시 재건축 이주지원 '졸속대책'…일단 넣고 보자?(12월19일)

집값 잡은 건 규제? 잡힌 거 맞아?

이 같은 이유로 연이은 공급 대책에도 '공급 부족' 지적은 끊이질 않는다. 정부는 여러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민간 업계와 시장은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5개 주요 시공사의 내년도 분양 물량을 조사한 결과, 전국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아직 분양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의 일부 물량을 더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급 계획을 세우지만 그조차도 실패했고,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분양·입주 등의 수치는 더 크게 곤두박질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집값 불안을 달래려 인허가 물량을 기준으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분석해 내놨지만 시장의 안심을 사지 못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임기 1년을 앞두고 역대급 공급 대책을 줄줄이 내놨고, 이후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기자수첩]주택 공급, 정말 충분한가요?(7월24일)

공급 대책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도 미미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1·10 대책 발표 후 서울 집값은 하락세를 유지했지만 2월부터는 그 폭을 줄여나가기 시작해 3월 셋째 주(18일 기준)부터는 보합 전환했다. 이어 3월25일(0.01%)부터 12월23일(0.01%)까지 40주째 상승 중이다.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진화한 건 수요 억제 정책인 대출 규제 강화로 분석된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등을 위해 올해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발표하며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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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 아파트 월간매매가격지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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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들이 이용하는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7·8월 매수 막차 수요가 몰리고, 9월 대출 규제 강화가 시행되고부터는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주간 집값은 9월부터 상승폭을 줄여나가기 시작해 12월 둘째주(16일)부터 2주째 0.01%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수기, 탄핵 정국 등이 맞물리면서 곧 보합 전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불안 조짐은 여전히 포착된다. 지방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 서울 강남권에선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면적 183㎡은 86억원에 거래되며 또 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달 전용 83㎡가 33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고, 같은 단지 전용 74㎡도 지난달 29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가격 방향성조차 전혀 다른 '초양극화' 시대에 접어든 모양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9월에 DSR 2단계가 시행된 데 이어 내년 7월엔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며 "대출 의존도가 낮은 자산가들 위주로만 주택 거래가 이어지면서 양극화가 아닌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사비 상승, 내수 경기 침체, 탄핵 정국 등으로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아울러 내년부터 분양 물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본격화하면 임대차시장에 충격이 오면서 가격 불안정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주택매매가격에 대해 전국 0.5% 하락, 수도권 0.8% 상승, 서울 1.7% 상승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집값이 1% 상승, 지방 2% 하락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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