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탈락단지는 '뚝'…집값 순위 역전도
'순차정비' 계획…성남은 매년 1만가구 제시
"순서 없이 동시 지정해도 될 곳만 될 것"
최근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건축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13개 구역 3만6000가구 규모다. 반면 공모에 참여했던 단지의 76.5%인 11만7000가구는 탈락했다. 이후 선도지구 지정 단지는 호가가 오르는 반면 탈락 단지에선 가격을 낮춘 매물이 늘며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탈락 단지들에 대해서도 '순차정비'를 약속했다. 선도지구 인근 지역들을 2차, 3차 지구로 선정해 매년 일정 물량 내에서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2차 지구 선정이 2026년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건축 사업 여건이 악화한 만큼 '준비된 단지'는 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단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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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지구-탈락단지 호가 '희비'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당 샛별마을라이프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12억2500만원에 거래가 신고됐다. 지난달 27일 선도지구로 선정된 이후 현재 같은 평형의 호가는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시범우성 전용 193㎡는 지난달 29일만 해도 19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현재 15억원 오른 35억원에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선도지구에 선정되지 못한 단지는 정반대 상황이다. 지난 7월 13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파크타운 전용 84㎡는 현재 최저 13억5000만원에 올라와 있다. 샛별마을라이프보다 역세권 대단지임에도 선도지구 선정 여부에 따라 가격 흐름이 뒤바뀐 것이다.
분당 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일산 후곡마을8단지 전용 134㎡는 지난 7월 7억6000만원에 거래가 신고됐다. 현재 최저 호가는 7억2000만원 수준이다. 중동 중흥신동아영남 전용 134㎡는 지난 9월 거래가(8억4500만원)보다 1억1500만원 낮은 7억3000만원에 최저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평촌 샛별한양6단지 전용 49㎡(5억5000만→ 5억원), 산본 세종주공6단지 전용 58㎡(5억→ 4억3000만원) 역시 최근 실거래가 대비 낮은 호가를 보였다.
선도지구 선정에 탈락한 단지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역세권 대단지이고, 동의율도 높았지만 '3000가구 이상' 기준에 못 미쳐 떨어진 것 같다"며 "대지 가치가 비슷한데 일률적인 평가 잣대로 줄 세워 합격, 탈락을 정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일산서구 일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선도지구에서 밀려난 단지들은 2년 간격을 두고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안 그래도 2030년 입주 계획이 비현실적이었는데 계엄 발표로 더 늦어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도 들린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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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만가구?…"순차정비 말고 동시지정"
정부와 지자체는 '순차 정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선도지구가 되지 못하면 정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공감해서다. 내년 상반기까지 구역별 정비계획 수립 시기를 단계별로 제시할 예정이다. 공모 없이 주민 제안 방식으로 다음 사업단지를 선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선도지구 선정구역이 내년 '특별정비계획 수립완료 추진구역'으로 지정되면 인근 구역을 2단계, 3단계 그룹으로 설정해 연차별 정비 물량 내에서 승인해 나가는 방식이다. 주민 동의 50% 이상 구역을 2026~2030년, 50% 미만 구역을 2031~2034년 중 특별정비계획 수립완료 추진구역으로 삼겠다는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성남시는 내년 1만2000가구, 이후 매년 1만가구를 다음 타자로 선정해 나갈 계획이다. 나머지 지자체도 지역 여건에 맞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2차' 지구 선정이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20일 정비기본계획이 나오면 선도지구가 내년 2~5월 정비계획서를 접수하고, 8~10월께 통과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후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에 2차 지구가 선정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순차 정비' 방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은 "총량(연차별 정비물량)을 폐지하고 인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준비가 잘된 단지들은 모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관을 갖췄거나 통합합의서가 있는 단지, 준공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역방향으로 사업 리스크를 충분히 대비한 단지라면 선도지구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역시 "탈락 단지 중에서도 동의율이 높았던 곳이 많았다. 인허가를 먼저 받을 수 있는 단지부터 먼저 가게끔 할 필요가 있다"며 "순차 정비를 할 필요가 없다. 동시다발적으로 지정해 줘도 기본 15~20년이 소요되고, 단지 여건에 따라 시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정국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게 1기 신도시 재건축이다. 선도지구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계엄 사태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정권이 교체되면 재건축 사업 동력이 떨어지고 정권이 유지돼도 무정부 상태라 어느 쪽이든 사업이 쉽지 않다.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단지는 먼저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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