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주요 고객층, 주력 상품 달라 시너지 한계... 단기 흑자 전환 난망
지마켓 매각 '사전 작업' 해석, 신세계그룹 "사실 아니다" 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동맹을 맺은 신세계그룹이 내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신세계그룹의 지마켓은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갖춘 알리바바와 협력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지마켓+알리익스프레스'가 어느 정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오히려 신세계가 쿠팡, 네이버 양강 체제가 굳어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업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알리바바에 지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종속회사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01%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의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가칭)에 전량 현물 출자한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를 해당 법인에 출자한다. 양사의 합작 법인 최초 지분율은 50대 50으로 설정했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합작 법인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각 플랫폼은 물리적 통합 없이 현재처럼 별개로 운영한다.
양사 합작 법인은 내년 상반기 출범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상품 운용을 위한 IT(정보통신) 시스템 개발 등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내년 상반기 안에 합작 법인을 공식 출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합작 법인을 운영하면 지마켓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기획을 다변화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사의 통합 시너지 효과는 지켜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960만명, 지마켓은 560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보했지만 양사의 주요 고객층과 주력 상품군이 달라 합작 법인 출범 이후 신규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용자 수가 국내 이커머스보다 많지만, 초저가 제품 위주로 팔려 GMV(플랫폼 총거래액)는 낮은 편"이라며 "지마켓은 개인정보 보호, 환불 문제 등으로 중국 이커머스를 기피하는 고객 비중이 높은데 알리와 사실상 공동 경영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기존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사 합작 법인이 국내 시장 판도를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통합이 아닌 독립 운영 구조를 유지하면 경쟁사 고객을 끌어올 마땅한 유인이 없다"며 "양사 모두 아직은 흑자를 내기 어려운 사업 구조"라고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알리가 지마켓과 손잡은 이유가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지마켓 셀러 상품을 미국으로 판매하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중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불이익이 적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시장에선 알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선식품 상품군, 상대적으로 느린 배송일 문제 등을 지마켓이 보유한 대형 물류센터와 신속 배송 서비스로 대응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합작 법인을 2~3년간 운영해서 지마켓 실적을 정상화한 뒤 알리바바에 지분을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지마켓 지분을 3조4400억원에 매입했는데 2022~2023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1~3분기도 영업손실을 기록해서 시장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신세계가 지마켓 인수 이후 인력 감축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사업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합작 법인을 지마켓 매각과 연결 짓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추측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사 협업 방식과 운영 구조는 합작 법인 설립 이후 구체화할 전망이다. 또 합작 법인 대표와 이사회 구성 등도 향후 운영 방식과 지분 구조 변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합작 법인에 알리바바가 대규모 추가 투자하면 지분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이마트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마트 자회사 편입 이후 매 분기 적자를 냈던 지마켓이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작 법인 설립이 마무리되면 지마켓 손익이 이마트 연결 실적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마켓 인수 후 연간 15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이마트 실적은 개설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