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인간은 왜 권력을 탐할까. 뻔한 답이지만 권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민주주의는 그 본능에 반하는 체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이 쏠려 사유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피선거권이 있으면 누구나 권력의 담지자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선 안 된다. 권력의지가 강한 이들에겐 참 피곤한 시스템이다.
절대권력은 절대타락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성역은 없다. 탄핵정국 속에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님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임기가 보장된 현직 대통령의 직무를 입법부가 탄핵소추로 정지할 수 있는 것은 삼권분립 체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비상계엄이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한 통치행위였는지, 자신이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하다 못해 내란죄에까지 이른 것인지 아닌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잘 판단할 것이다.
입법부도 성역이 될 수 없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20년 이상 국회의원 특권을 누린 사례도 더러 있지만 이 역시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로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견제받지 않는 의회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없는 현행 헌법체제에서 행정부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견제받지 않는 비대권력이 됐다.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의 결과물이다.
그 수장이 보통선거를 통해 구성되지 않는 유일한 권력기관인 사법부 역시 성역이 아니다. 그 중앙 위원장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각 지방 위원장은 해당 지역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맡는 선거관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논란이 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비판에 눈과 귀를 닫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채용비리 등 내부 행정관리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전투표, 우편투표, 전자개표 관련 제도를 혁신해 부정선거 논란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실질적 권력이자 그 중개자 역할을 한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류 언론은 요즘 "네 얘기는 틀리고 내 얘기만 맞다"는 이분법의 성역에 빠졌다. 객관적 취재에 의한 사실보도보다 구미에 맞는 유력인의 SNS 글을 퍼나르기에 바쁘다. 데스크의 특정 프레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기사도 많아졌다. AI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된 정보만 소비하는 독자에게 비판적 견제기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흡혈귀 드라큘라가 햇빛에 약해지듯이 성역화된 권력을 해체하는 방법은 공론화를 통한 지속적 감시와 경계다.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감시와 경계다'(The price of freedom is eternal vigilance).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널리 인용되는 경구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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