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헌법재판까지 냈지만 기각…최종 결정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손에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023년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있는 법원 밖으로 나오는 모습./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몬테네그로에서 가상자산 테라, 루나 사기 사건 주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권 전 대표를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해외 도피 중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 전 대표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게 될 예정인데, 현재는 미국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권 전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몬테네그로 변호사 고란 로디치는 2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포베다 인터뷰에서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정치인이긴 하지만 이번 결정은 정치적이어선 안 된다"며 권 전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권 전 대표를 자국으로 넘기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지난 9월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권 전 대표 신병 처리를 결정하게 했다.
권 전 대표 측은 이에 불복해 현지 헌법재판소에 헌법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 24일 기각됐다. 이에 대해 포베다는 "대법원 판단대로 보조비치 장관이 권 전 대표를 고국으로 돌려보낼지, 미국으로 보낼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판단 이후 보조비치 장관은 권 전 대표의 신병에 대한 결정을 이미 내렸지만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최종 결정서류에 사인할 때 공표할 것이라고 했다. 몬테네그로가 미국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만큼 권 전 대표를 미국으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분위기라고 한다. 보조비치 장관의 전임자는 권 전 대표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한국 형법상 무기징역이 아닌 한 징역형은 가중해도 최고 50년까지다. 반면 미국은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제왕으로 불리다 금융사범으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지난해 11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배심원단 유죄 평결을 받았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대 징역 110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6개월 뒤 뱅크먼-프리드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권 전 대표가 발행한 테라는 '페깅'을 통해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져 페깅이 깨지면 테라 투자자는 떨어진 달러 가치만큼 테라를 루나로 환전하고, 기존 테라는 폐기된다. 이렇게 하면 테라는 폐기된 만큼 유통량이 줄어들고 유통량이 줄어든 만큼 가치가 올라 다시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를 테라로 전환시킨다. 권 전 대표는 이렇게 하면 테라 투자자는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지든 낮아지든 손실을 볼 일이 없다고 했다. 권 전 대표는 이 같은 가치 안정성에 예치만 해도 연 20% 이자를 주겠다는 약정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2022년 5월 갑자기 시장에 막대한 양의 테라가 쏟아지면서 페깅으로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테라 가치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 전 대표는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러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