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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SK-LG 기업가문, 재산분할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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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기업가문 재산분할(상)]기업가문 승계자에 몰아주기…1970년대 기업공개 지분분산 정책 영향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자료 액수도 1심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DB) 2024.5.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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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의 대법원 이혼소송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가문의 재산상속 형태와 이를 기반으로 한 부부재산 분할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적 문화의 특성상 장자나 가업 승계권자에게 기업가문 재산의 상당부분을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다. 가업 승계자가 이혼이나 사망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다툼이 있을 때 그의 재산을 개인소유로 볼지, 기업가문의 공동 재산으로 볼 것이냐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약 1조 4000억원의 재산을 분할 지급하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한 최 회장은 현재 자신의 추정재산이 부부공동의 재산인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인지, 가족구성원들로부터 위탁받은 것인지를 놓고 노 관장 측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노 관장 측은 모친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선경(현 SK) 300억원'이라는 표시를 근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에 전달됐고 이 돈이 SK성장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을 수령한 적이 없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 재산형성의 핵심 재원이라고 주장했다.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증여받은 2억 8000만 원이 SK㈜의 모태인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하는데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민법상(830조 1항) 상속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부부공동 재산의 분할 대상이 아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SK㈜ 의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기업가문의 형제-사촌간 합의에 의해서 한사람에게 몰아줬던 경영권 지분이 누구의 소유인지에 대한 것도 쟁점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1970년대 정부의 기업공개 및 대주주 지분 분산 방침에 따라 지분을 잘게 쪼개서 소유했고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장자나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관행이 있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동생과 사촌 형제들에게 이미 나눠준 1조원 가량의 재산(지분)도 부부공동의 분할대상 재산이라고 주장해 2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최 회장 측은 이는 부부공동 재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가문의 가족들이 경영권 지분을 장자나 후계자에게 몰아주는 것은 SK 뿐만 아니라 LG의 상속재산 소송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SK의 경우 2018년에 이미 최 회장이 형제와 사촌에게 나눠준 보유추정재산 약 1조 1100여억원(증여주식, 대여, 배당금)과 아직 최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은 SK실트론 TRS(총수익스왑) 파생상품(약 7500억원) 등 1조 8600억원은 실제 보유재산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항소심 법원이 추정한 4조 115억원 중 이를 제하면 실제 재산은 2조 1500억원 정도다. 이를 기초로 하면 항소심에서 결정한 노관장의 재산분할액 1조 3800여억원은 부부공동 재산의 64%에 달한다. 반면 현재 최 회장은 실제 보유한 총 재산 중 36%만이 그의 몫이 된다는 얘기다.


1조원 이상의 패밀리 재산...가족 공동합의서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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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왼쪽부터)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SK그룹 총수 사촌 형제들이 지난 2018년 11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즈 한국시리즈 6차전을 함께 관람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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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현 SK)의 창업자인 최종건 창업회장이 1973년 11월 타계한 후 형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최종현 SK선대 회장도 25년 후인 1998년 8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최 선대 회장의 사망 이틀 후인 28일 최윤원·신원·창원 등 최 창업 회장의 아들들과, 태원·재원 등 최 선대 회장의 두 아들 등 총 5인은 가족회의를 열고 패밀리(Family)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최태원 당시 SK 부사장을 SK그룹 및 패밀리 대표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가족 회의에서 장자였던 고 최윤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사촌동생인 최태원 부사장을 가족 대표로 삼기로 뜻을 모으면서 많은 기업에서 벌어졌던 가족간 경영분쟁 없이 SK 그룹은 26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들이자 공동상속인들(재원·기원)은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통해 최 선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대부분을 최태원 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998년 9월 1일 최종현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최태원 회장이 SK 그룹 총수에 올랐다.

이들이 맺은 '선대 회장 사후 SK 그룹 지배권 승계에 관한 합의서'를 보면 총 5개 항목에서 SK 기업가문의 공동경영 시스템이 잘 소개돼 있다.

제1항은 '최태원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위임하여 대내외적으로 회사와 패밀리(Family)를 대표하게 한다'고 돼 있다. 제2항은 '패밀리 대표가 경영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최종현 회장의 주식을 포함한 일체의 재산과 부채를 상속한다. 이 상속의 의미는 소유에 대한 상속이 아니며, 그룹의 경영에 대한 대표권을 위임하는 것을 뜻한다'고 기재돼 있다.

제3항은 패밀리 대표의 역할 △제4항에는 패밀리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사안에 관한 패밀리와의 사전협의 의무 △제5항에는 차기 패밀리 대표에 대한 우선권 등에 관해 기재돼 있다.

최 회장은 당시 지주사 역할을 하던 SK상사(현 SK네트웍스) 지분 2.85%를 비롯해, SK증권(459만주)과 SKC(392만주), SK주식회사(4만주) 등 주요 상장사 지분과 최종현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납입자본금 총액 중 16%)을 합쳐 당시 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상속받았다.

여기에 워커힐 미술관의 미술품과 경기도 이천 농장 등을 합해 상속세만 600억원(최고세율 45%)을 넘게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간 협약에 따라 사촌들의 경영권과 관련한 권리와 동생들의 상속분까지 모두 최 회장이 물려받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하편에서 계속...)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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