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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사설] 참혹한 전쟁 비극 알려주는 북한군 병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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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SO)가 지난 24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서 숨진 북한 군인이 쓴 일기라며 공개한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운 조국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격자무늬 거친 종이에 볼펜으로 휘갈겨 쓴 짤막한 우리말 일기가 할 말을 잊게 한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를 합쳐 100만명 안팎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전쟁 불씨는 한반도에 옮겨붙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년 넘게 전선이 ‘교착’된 군사적 현실을 무시하고 젊은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쏟아부으며 전쟁을 계속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24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 전투에서 숨진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병사의 주검과 신분증 사진,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말 일기를 공개했다. 이 병사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생일을 맞은 친구에 대한 축하의 마음을 적었다. 먼 이국의 차가운 벌판 위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글씨를 보니 전쟁과 한반도의 비극이 교차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진 않지만,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현대전 경험이 없고, 너른 벌판으로 이뤄진 러시아 지형에 익숙지 않은 북한 병사들이 단기간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돌이켜 보면, 한국전쟁 때도 개전 10개월 만인 1951년 봄께 전쟁은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무의미한 공방이 2년 넘게 이어지며 남북 모두 안타까운 희생이 계속됐다. 내년 1월 조기 종전을 다짐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이제 종전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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