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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넥슨, 서른즈음에] ③역삼동의 '바람'으로 세운 판교의 '나라'...주요 변곡점으로 보는 성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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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한국 게임산업의 선구자, 넥슨이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최초의 부분유료화 수익모델 도입, 일본 증시 상장, 게임업계 최초 조단위 매출, 조단위 영업이익 등 넥슨이 걸어온 발걸음은 한국 게임 역사이기도 합니다. 테크M은 넥슨의 창립 30주년 기념일을 맞아 넥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합니다. <편집자 주>

넥슨의 지난 30년은 혁신과 성장의 역사였다. 1994년 역삼동 사무실에서 출발해 '바람의나라'를 흥행시켰고, '퀴즈퀴즈'로 이어지는 대표작은 게임 대중화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성장 과정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로 사세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고, 리더십 교체와 함께 제시한 새로운 비전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진출을 통한 새로운 도약의 길잡이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넥슨의 다양한 전환점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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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서막

'바람의나라'는 넥슨의 초기 성장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넥슨은 1996년 국내 최초의 그래픽 MMORPG '바람의 나라'를 출시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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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피 디스크와 CD 형식의 패키지 판매가 통용되던 시절 넥슨은 온라인 게임 시장의 미래에 주목했다. 이는 1990년대 말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PC방 문화 확산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인기로 돌아온다. 故 김정주 창업주의 안목이 낳은 넥슨의 성장 동력이다.

'바람의 나라'의 흥행은 '어둠의전설', '큐플레이' 등 차기작 개발로 이어졌다. 특히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축적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 노하우는 넥슨이 라이브 운영 명가로 거듭나는데 기여했다. 지난 30년을 지탱한 다양한 장수 게임들은 넥슨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다.

'큐플레이'로 연 부분 유료화 시대

'바람의나라'로 닻을 올린 넥슨은 1999년 '큐플레이'를 출시해 수익성 개선의 시초가 되는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을 정립했다. '큐플레이'는 캐주얼한 게임성과 유저 간 소통을 강화한 시스템으로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던 당시 시장에 새로운 게임 장르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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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플레이'는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2001년엔 '퀴즈퀴즈 플러스'로 이름을 바꾼다. 이와 함께 무료 서비스와 유료 아이템 판매 모델을 도입해 게임 산업의 수익 구조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는 넥슨이 다양한 게임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핵심 BM으로 자리잡았다.

넥슨에 따르면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큐플레이'의 한 달 누적 매출은 2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2001년 서초동 소재 한 아파트의 평당 분양 가격(1000만원~1800만원)과 비교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

'큐플레이'의 흥행은 넥슨이 단순히 게임의 장르적 확장을 넘어 시장에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나아가 게임업계 전반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라는 새로운 BM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투자·인수합병은 성장 밑거름

넥슨은 성장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故 김정주 창업주는 2000년대 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성장 전략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로 이어지는 넥슨의 인기 IP는 자체 개발작의 영향보다 성공적인 투자의 결과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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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출시한 '메이플스토리'가 대표적이다. 넥슨은 벤처기업 위젯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이 게임의 탄생에 기여했다. 위젯은 '퀴즈퀴즈'를 개발한 이승찬 전 넥슨 개발 1본부장이 김진만 디렉터와 설립한 곳으로 넥슨이 2004년 인수했다.

'던전앤파이터' IP도 2008년 네오플 인수를 통해 확보했다. 위젯 인수의 여파로 넥슨의 자금 사정은 추가 인수를 고려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지만, 당시의 결단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던전앤파이터'가 2024년 넥슨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2010년 '아틀란티카'를 개발한 엔도어즈를 자회사로 두며 인수합병을 통한 강력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넥슨은 2024년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 45종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시총 8조 대어로 일본 상장 '돌풍'

넥슨의 성장세는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는 한국 게임사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로 기록됐다. IPO를 통한 넥슨의 당시 시가총액은 8조원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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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2005년 모회사를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변경하며 영어와 일본어로 표기된 IR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넥슨(일본법인) 실적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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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글로벌 진출 계획은 일본 상장 당시 이미 예정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헌 신임 대표는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시장 확장을 예고했는데, 이는 넥슨의 지난 30년사에 비춰볼 때 거시적인 흐름이 구체화된 모양새란 설명이다.

실제로 넥슨이 일본에 지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02년이다. 이후 2005년 넥슨의 모회사를 한국 법인에서 일본 법인으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故 김정주 창업주는 콘솔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당시 일본의 산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은 상장을 통해 얻은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지속했다. 동시에 故 김정주 창업주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대표로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개척자 '김정주'에서 전략가 '이정헌'으로

故 김정주 창업주는 한국 게임 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이를 산업화해 넥슨의 초석을 다졌다. 성공적인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단칸방에 가까운 역삼동 사무실을 판교의 성채로 발전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2013년 넥슨재단을 설립해 게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것도 그가 남긴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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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넥슨 대표는 2018년부터 넥슨코리아 대표직을 수행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故 김정주 창업주를 잇는 새로운 리더십 재목으로 선정됐다. /사진=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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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에 새로운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올해 3월이다. 2022년 2월 27일 향년 54세로 故 김정주 창업주가 영면하면서 이정헌 대표가 새로운 리더로 취임했다. 이 대표는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로 취임해 넥슨의 연 매출 3조 시대를 열었다. '마비노기'가 출시되기 전 해인 2003년 입사해 21년 만에 대표 자리에 오른 그의 일화는 넥슨 구성원들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오는 2027년까지 연 매출 7조원을 거두겠다는 넥슨의 로드맵도 이정헌 대표의 입을 통해 지난 9월 공개됐다. 이 대표는 핵심 IP로 파생 작품을 개발하는 종적 확장 전략과 이를 동력으로 신규 IP를 개발하는 횡적 확장 전략을 병행해 향후 3년 내 매출의 약 80%를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가 방향키를 잡은 올해 넥슨은 중국과 일본, 서구권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5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다.

이번 리더십 교체는 넥슨이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故 김정주 창업주의 유산과 이정헌 대표의 전략적 리더십이 어우러져 글로벌 시장에서 넥슨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개발자 출신 강대현과 언론인 출신 김정욱 공동대표 체제의 넥슨코리아도 '이정헌 호'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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