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AI 무장’ 팔란티어 시총, 록히드마틴 제쳤다… 美 방산 카르텔 붕괴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테크 기업들 약진

인공지능(AI)과 드론, 무인 전함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대표적 방산(防産) 테크 기업 12곳이 연간 8500억달러(약 1234조원)에 달하는 미 국방 예산을 공략하기 위해 컨소시엄(협력체)을 구성한다. 팔란티어와 안두릴 등 방산 특화 기업뿐 아니라 오픈AI·스페이스X 같은 빅테크도 포함돼 있다. 이 시장은 그동안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언(RTX), 보잉,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소수의 전통적 방산 업체가 독차지해 왔다. 이 업체들이 미 국방부·정치권과 오랜 기간 형성해 온 ‘방산 카르텔’을 뚫기 위해 테크 기업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십 년간 과점 체제로 유지돼 온 미국 방산 시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방식으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23일 전했다. 방산 테크 기업들의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투입되고 있다. 이 특수로 팔란티어의 시총은 지난 1년 동안 3배 넘게 오르며 1835억달러(약 266조원)을 기록, 록히드마틴(1159억달러)과 레이시언(1550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테크 기업의 美 방산 카르텔 공략

거대 방산 업체가 장악한 시장을 공략하는 테크 기업들의 무기는 첨단 기술력과 저렴한 비용, 재빠른 공급으로 요약된다. 팔란티어는 AI로 방대한 양의 군사 데이터를 분석, 이에 맞는 전략 수립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창업 7년 된 안두릴은 적의 무인 항공기를 탐지·추적하는 방어 체계와 AI로 실시간 지형·지물을 분석하며 비행하는 드론을 만든다. 이들은 1대당 수억 원 수준의 드론과 무인 함정으로 1000억원이 넘는 전투기, 1척당 수조 원에 이르는 군함을 상대하게 한다. FT는 “전통의 방산 업체들은 설계와 제조에 수년이 걸리는 항공기와 탱크, 함정을 많은 돈을 들여 개발·생산해 왔다”며 “미 국방부의 조달 사업은 오랫동안 느리고, 경쟁 체계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했다.

테크 기업들은 방산 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기술 공유에 나섰다.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안두릴의 소프트웨어와 통합이 가능해졌다. 안두릴의 드론 방어 시스템에는 오픈AI의 AI 모델이 탑재됐다.

전통의 방산 기업을 상대로 테크 기업들은 미 국방부 조달 시장에서 이미 승전고를 울렸다. 안두릴은 지난 4월 미 공군으로부터 자율 전투기 설계 및 테스트 계약을 수주했으며, 같은 달 국방부와 2억4900만달러 규모의 ‘카미카제’ 드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10월 미 국방부와 약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여 ‘로드 러너’ 드론 500대를 제작했다. 록히드마틴·보잉처럼 유인 전투기를 생산하는 전통 방산 기업의 몫을 뺏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작고 저렴한 자율 무기로 공략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 고조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방산 테크에 대한 선호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정된 국방 예산으로 효과적인 무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드론이나 무인 함정, AI 군사 시스템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차기 트럼프 정부도 이미 비효율적인 국방 예산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을 공언한 상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AI·드론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방산 테크 기업의 경쟁력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미 방산 테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와 안두릴 같은 기업의 뒤에는 실리콘밸리의 큰손인 ‘페이팔 마피아’가 있다

실제 전통 방산 기업들은 예전과 같은 전쟁 특수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355%가 오른 반면, 같은 기간 록히드마틴은 8.63%, 제너럴다이내믹스는 2.9% 오르는 데 그쳤다. 보잉은 오히려 32.5% 떨어졌다. 보잉은 지난해 3분기 9억2400만달러였던 방산 부문 적자가 올 3분기에는 24억달러로 대폭 늘었다.

[변희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