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하기 그지없다. 정치권의 소용돌이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이 절차와 규정대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것은 다름아닌 헌법에서 명시한대로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 책임자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대한민국 호라는 거대한 배를 절대로 멈춰 세워선 안 되며, 누구도 그 길을 막아 세울 수 없다 할 것이다. 오로지 시대의 소명을 안고 미래를 향해 도도히 앞으로 나갈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의 얘기는 가히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정치권이 그렇다고 해서 산업계 마저 시계 제로인 상태로 그대로 멈춰 세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수출시장에선 빨간 신호등이 켜진 상태다.
이럴 때 일수록 심기일전해 산업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하겠다. 특히 게임 등 콘텐츠 비즈니스와 같은, 사람이 하는 일엔 더 그렇다 해야 할 것이다.
조 현래 한국콘텐츠 진흥원장이 퇴임한 것은 지난 8월이다. 만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현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의 역량으로 보면 연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는 미련없이 원장 직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문화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 부처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콘텐츠정책국장을 맡아 수완을 발휘했고, 국민소통실장에 이어 종무실장을 맡아 차관 발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콘텐츠 진흥원장 사령장을 놓고서도 부서 내에선 말들이 무성했다. 본부에서 할 일이 더 많은데 어딜 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나주로 내려갔다. 그리고 딱 3년을 채웠다.
그가 이임 인사도 없이 바로 떠나자, 곧바로 후속 인사가 나올 것이라고 진흥원 주변은 술렁거렸다.
그리고 후임 인사 하마평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용산과 가깝다는 인사의 이름도 들먹거렸다. 그런데 4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진흥원 주변에서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아니냐는 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2년 임기의 유 현석 부원장은 재임 기간이 지난 8월 끝났음에도 계속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정식 연임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원장 직무대행 직을 맡아 계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상당히 조직을 잘 장악하며 조율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환경 재료학과를 나와 줄곧 LG애드에서 근무해 온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과거 정부에서 주로 홍보 기획 업무를 맡아왔다. 뛰어난 안목과 기획 능력으로 그가 후임 원장으로 발탁 되는 게 아니냐는 설도 있으나 아직은 거기까지다.
원장 발탁을 앞두고 혼미를 더하는 일이 생겼다. 이번엔 진흥원 상임감사역에 성 동규 중앙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 보면 가히 원장 감이다. 그는 한국 OTT포럼 회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국민의힘 산하의 여의도 연구원장직을 역임한 대표적인 폴리페서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원장이 아닌 상임감사직을 맡겼다.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 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쥐고 있는 히든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정부가 게임물 관리위원장을 선임할 때도 이와 유사했다. 지난 8월 김 규철 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정부는 후임 인사를 내지 않았다. 전례를 이유로 무려 3개월이나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이로인해 산업계에서는 큰 논란이 빚어졌다. 때 아닌 비리사건으로 면을 세우지 못하는 게임위원장에게 재임기간 담보와 함께 연임을 암시하는 듯한 태도로 그를 보호해 준 것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함흥차사의 태도를 보이던 정부가 부랴부랴 서 태건 위원장 카드를 내걸고 사령을 낸 것은 인사 지연에 대한 안팎의 곱지 않은 눈총도 한 몫을 했다 한다.
그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다. 정부 행정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고, 콘텐츠의 패러다임도 잘 읽고 살필 줄 안다는 평을 듣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게임심의에 대한 민간 이전과 유저 권리 강화에 일정한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은 대략 3백 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 정부 인사이고, 현 정부에서 낸 기관장 수는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비상 시국인 이때, 무슨 인사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정치권과 무관한 산하기관의 인사는 정상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또 할 수 있다면 이 기회에 정치권 바람과 기대와는 무관한 인사를 발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더 이상 외풍이 작용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과거 진흥원은 여러 궂은 일들이 있어 왔다. 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고, 어떤 이는 영어 몸이 되기도 했다. 이게 다 막후의 사람들이 움직인 외풍 때문이었다.
진흥원은 대한민국 콘텐츠 미래의 산실이다.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온 유일 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그런 곳에 컨트롤 타워를 비워 둔다는 것은 한마디로 직무 유기나 다름 아니다 할 것이다.
정부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과 무관한 산하기관 임원 인사는 매듭짓는 것이 옳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손에만 쥔 채 시간만 보낼 게 아니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일각에서 나오는 안하는 건지 아니면 못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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