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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차기정부 경제 성공을 위한 5가지 제언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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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가결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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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며칠 전 지방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후배 교수와 만났다. 최근 그의 연구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학계 인사들 동향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이어졌다.



혹자는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졌지만, 아직 헌재 결정이 남아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가 명백한 만큼 상반기 내 조기대선이 유력하지만, 대통령의 탄핵·수사 ‘지연작전’으로 대선이 정확히 언제 치러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더욱이 차기정부는 1차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직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해야 한다.



대선후보가 풀어야 할 경제과제도 산더미다. 윤석열 정부의 2년 반 실정으로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도 최악이다. 민생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피폐해 있다. 내수 한파로 중소상공인의 체감경기는 코로나 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하고, 청년고용도 찬바람이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은 경쟁력 약화로 고전한다. 내년에는 1%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2기’라는 복병까지 대기하고 있다. 눈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6개월 이후, 나아가 향후 5년 뒤까지 내다봐야 할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정부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 해답을 내놓는 것은 각 대선후보의 몫이지만, 모두가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지난 8년간 국정을 맡은 윤석열, 문재인 두 정부는 경제에서 국민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차기정부는 최소한 전임 정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첫째, 경제정책 방향이 옳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가 낙제점인 것은 원칙과 경제환경에 맞지 않는 엉터리 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과 취약계층 지원은 정부의 핵심 역할이다. 하지만 윤 정부는 부자감세와 재정건전성을 앞세운 잘못된 조세재정정책으로 오히려 경제를 망치는 이적행위를 했다.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대다수 경제학자가 이미 기대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지 오래다.



둘째, 경제정책 방향이 옳다고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수행·관리 능력이 뒤따라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 등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정책이 논란이 됐다. 저성장·양극화 심화 속에서 가계의 임금·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상공인에 직격타를 가하는 것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 결국 임기 중반 코로나까지 겹치며,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포기했고, 소주성도 추진동력을 잃었다.



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결국 상당수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성은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과 별개 체계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같은 비정규직 간 갈등이 벌어졌다. 또 이런 한계들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공공부문에만 국한되고, 민간부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셋째, 정부의 신뢰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는 윤석열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오명을 듣는다. 부동산 실패 요인은 전세계가 과잉유동성인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 관리에 실패한 게 치명적이었지만, 정부의 신뢰성 상실 요인도 컸다. 2017년 대선 전 보유세 인상 등을 통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약속했다. 시장은 문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집권 뒤에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눈치보기를 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고, 시장의 역습으로 집값은 급등했다.



윤 정부의 금융감독정책도 잦은 말 바꾸기로 인한 정책 신뢰 상실과 시장혼선을 자초했다. 주식 공매도와 기업 밸류 업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통령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더니, 재계가 반대하자 꼬리를 내렸다. 결국 실효성도 의심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놓아, 1400만 주식투자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정책의 과도한 정치화(이념화)는 금물이다. 에너지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8년간 정부의 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 때의 ‘탈원전’과 윤석열 정부 때의 ‘원전 올인’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 정부는 환경과 안전만 앞세워 원전발전 비중, 원전생태계에 미칠 영향, 재생에너지 확충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을 간과했다. 윤 정부는 탈원전을 ‘문정부 때리기’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고, 국민적 합의 기반 없이 무리하게 원전 비중 확대, 신규 원전 건설을 강행한다. 그 와중에 탄소중립에 필수인 재생에너지 확충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입법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연간 1조원 정도의 재정 부담은 부차적이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농민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쌀 소비는 계속 줄고, 값싼 외국쌀은 쏟아진다. 정부가 관리하는 쌀 재고도 갈수록 늘어난다. 쌀 공급이 많아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정부가 사준다면, 적정한 쌀 생산은 어떻게 달성하나? 농민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지원의 방법과 방향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원칙이나 현실성보다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은 위험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간판공약으로 내걸었다. 임기초반 국민 1인당 25만원을 시작으로 임기 내 100만원으로 증액하고,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한 25조원의 재원 마련을 위해 기본소득토지세 등 각종 증세방안을 곁들였지만 실효성에서 의문이 뒤따랐다. 이 대표는 누구나 1000만원을 장기대출 받을 수 있는 기본금융 도입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재원조달 방안이 없는 데다,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돈을 빌려준다면 사실상 기본소득과 다를 바 없고. 민관기간이 대출한다면 강제할 수 없지 않나?



1차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함성에 따라 적폐청산을 앞세웠다. 하지만 과거 청산이 지나치다 보니 오히려 국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차 촛불혁명으로 출범하는 차기정부에도 각계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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