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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국민의힘, 쇄신 골든타임 놓치고 ‘영남 자민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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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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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쇄신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내란 피의자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동훈 쫓아내기’ ‘이재명 때리기’ ‘윤석열 구하기’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할 경우 충청 기반 보수정당이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처럼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의결 사항에 반성과 사과, 쇄신 의지 표명은 없었다. 가결 당일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한동훈 전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를 의결하고, 이틀 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 내부에선 한 전 대표와 탄핵 찬성파를 배신자로 규정해 맹공을 가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한 대표는 쫓겨나다시피 대표직을 내려놨다. 탄핵 찬성파 색출 시도도 나왔다. 한 전 대표가 추진하던 윤 대통령 탈당 및 출당 논의는 사라졌고,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은 희미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공직선거법의 2심 결과가 3개월 안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 이 대표의 재판 지연 방지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2개월 후 열리는 조기 대선에서 유력한 야당 후보인 이 대표를 흔드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춘 메시지도 많았다.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내란죄는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방어 논리를 복제하듯 재생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여야 대표 회동 후 “국민의힘도 비상계엄 해제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했었다”며 “내란은 수사기관을 거쳐 확인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장관 임명은 재촉하면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은 임명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헌법재판관이 더 임명되지 않고 6명인 현 상태로 탄핵 심리가 되면 6명이 모두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이런 결과 한국갤럽의 당 지지도 조사에서 여야 격차는 탄핵안 가결 전인 12월 2주(국민의힘 24%, 민주당 40%)보다 가결 후인 12월 3주(국민의힘 24%, 민주당 48%)에 더 벌어졌다. 대구·경북(TK) 외 모든 지역, 70대 이상 외 모든 연령대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뒤졌다.

국민의힘이 여론을 등지는 방향으로 가는 원인을 두고는 현역 의원이 영남·강원에 몰린 지역적 한계와 윤 대통령의 항전 의지가 꼽힌다. 현재 여당 지역구 의원 90명 중 영남·강원이 65석(72%)을 차지한다. 윤 대통령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지난 14일)며 연일 보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당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맥 없이 탄핵당해 화가 났는데 이번엔 윤 대통령이 싸우겠다고 해서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후에도 당 지지율이 24%나 되는데 이재명이 대통령 되게 둘 수 없다는 보수층 정서가 담겼다”며 “그걸 반영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수이지만 당이 변해야 한다는 공개적인 주장은 비영남권 원외 인사들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 반대 세력이 당권을 잡는 상황이 상식에 반한다”며 “천막당사를 치고 민심을 받들자”고 제안했다. 이재영 전 의원은 지난 20일 SBS라디오에서 “대통령 방어는 대통령한테 맡기고 우리 당은 계엄과 빨리 ‘손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62명이라도 탄핵에 찬성했으니 5년 후 정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국민의힘이 탄핵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민적 상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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