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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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공방에 일주일이 넘도록 갇혀있다. 의총 녹음파일까지 공개되면서 의총 내용을 둘러싼 다툼은 유출 논란으로 확산했다. 탄핵에 찬성하다 축출된 한동훈 전 대표측의 ‘인정 투쟁’, 비상계엄 사태 자성 없이 유출 공방만 파고드는 탄핵 반대파가 충돌하면서 계파간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탄핵 반대파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더러운 짓거리를 하는 그를 동료라고 감싸야만 하나”라며 “어리석인 그대가 한 일은 머지 않아 드러날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총 상황 녹음파일이 지난 19일 JTBC를 통해 보도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녹음파일에는 친윤석열(친윤)계 의원 등이 한 전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한 전 대표와 친한동훈(친한)계가 반박하는 정황이 담겼다. “도라이” “저런 놈을 법무부 장관 시킨 윤석열은 제 눈 지가 찌른 것” 등 원색적 비난 발언도 공개됐다. 지난 20일엔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밤에 한 전 대표의 제안에도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반대 입장 내기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즉시 친윤계를 중심으로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중요한 회의의 목소리가 그대로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특정한 의도를 갖고 당의 불신과 분열을 촉발시키는 것은 해당 의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당에도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SNS에서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친한계를 언론 제보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정에는 한 전 대표 측이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열릴 조기 대선에 대비해 여론전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담겨있다. 이들은 한 대표 측이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일을 했지만 탄핵 반대파들에게 쫓겨났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지도자감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같은 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친한계는 탄핵 반대파의 ‘색출 시도’를 언급하며 강경 비판하는 분위기다. 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은 지난 20일 SNS에 올린 글에서 “(친한계가) 집단폭력의 피해를 당했는데 피해 당한 녹취자가 누군지 색출해 기사를 써달라고 친윤이 (언론에) 말하는 거냐”라며 “이 와중에 색출에 몰두하는 자들이라니”라고 적었다. 한 친한계 핵심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걸핏하면 해당행위라는데 당이 국민보다 앞서느냐”며 “그 중요한 시기에 의총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당내 계파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표결에서 당론 채택을 두고 다시 한 번 계파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중진 조경태 의원은 지난 20일 KBS라디오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재의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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