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집회 장소 선택은 전적으로 농민들의 권리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시위의 자유엔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자유도 포함돼 있다. 농민들로서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거주하고, 대통령실이 자리 잡고 있는 등 농업 정책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서울에서 시위를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국무회의가 열린 곳도 서울이고, 앞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가 있는 곳도 서울이다. 농민들은 경찰 등 당국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해 사전에 집회 신고도 마친 상태였다.
요즘 경찰의 행태를 보면 ‘민중의 지팡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윤석열 관저 인근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막고, 심지어 시민들을 상대로 불심검문까지 자행했다.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니 경찰도 박정희·전두환 시대로 돌아간 것인가. 1인 시위는 법률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집회 신고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급기야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경찰이 용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윤석열 체포 촉구 집회’를 제한한 것이 위법이라며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번 12·3 내란 사태의 공범이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비상계엄 발표 3시간 전 윤석열과 안가에서 내란을 모의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이들은 체포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받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이런 경찰이 국헌 문란을 바로잡기 위한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를 막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남태령으로 달려간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민들은 “차 빼라”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피로에 지친 농민들에게 음식과 핫팩 등을 제공했다. 경찰이 진정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경호처를 방패 삼아 탄핵심판 서류조차 접수를 거부하는 윤석열이 아니라, 한밤중 혹한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시민들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와 최현석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은 이날 사태에 사과·반성하고, 앞으로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로 향하던 농민들의 트랙터가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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