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2025년 기후 골든타임<2>미국 빈 자리?…유럽과 중국 대응 주목
EU의 그린산업 정책 주요 이정표/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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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 초래할 국제사회 '기후리더십' 변화는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변수다. 특히 미국이 기후 관련 산업에서 이탈한 자리를 유럽과 중국이 채우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이 분야의 역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 트럼프의 재등장이 오히려 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산업의 측면에서 가속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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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산업' 정책 강화하는 EU…"유럽 산업 새 원동력은 녹색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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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미국의 공백을 역내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놓는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수석연구원이 트럼프 당선 직후 "트럼프 복귀는 EU의 기후 및 에너지 전략 실행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며 "(EU가) 기후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쓴 정책 브리핑이 이런 시각을 대표한다.
EU는 '취임 100일 내 새로운 청정산업딜 제시'를 공약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두번째 임기(~2029년)를 시작한 이번달에도 일관된 신호를 보냈다. EU 집행위 '2인자' 격인 테레사 리베라 녹색전환·경쟁 분야 총괄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6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후 정책 철회가 다른 곳들의 청정 산업 육성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다.
유럽은 탄소배출 저감 '능력'을 산업경쟁력과 연관시킨 지 오래다. '그린산업'을 키워 역내 수요와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 EU는 2019년 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유럽 그린딜'을 발표한 후 이 일환으로 지난해 초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성장동력 확보, 에너지 위기 대비 등을 위한 것으로, 반년 일찍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으로도 해석됐다.
제도로도 경쟁우위를 강화하려 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무는 사실상의 관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그린딜의 일환으로 도입했고, 기후공시가 포함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의 채택을 2025년 회계연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제품 전주기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요구하는 일종의 인증인 에코디자인 규정도 지난 7월 발효했다.
한편으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 역시 최근 몇년새 급격히 커졌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그린산업'을 키워야 할 동기가 커지고 있는 것.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이 폴리티코에 "유럽에서 산업의 새로운 황금기를 만들기 위한 두가지 주요 원동력은 녹색 혁명과 디지털 혁명 "이러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배경이다.
2019~2024년 중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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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선도국 된 중국…유럽, 중국 뛰는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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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할도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중 "우리는 중국의 지속적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이 나서 강력하고 새로운 기후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영국 BBC도 COP29 후 "향후 4년 동안 미국의 부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기후 리더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자연스러운 후계자는 중국"이라 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유로 선진국의 기후재정 공여 의무를 지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에너지전환과 국제사회 협력은 꾸준히 강조한다. 영국 기후 연구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웬 화 자원보호환경보호부 부국장은 COP29 한 행사에서 에너지전환이 중국에게 "근본적인" 것이라 했다.
이런 입장은 대대적인 투자로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폭증한 중국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중국의 누적 태양광(770GW)과 풍력발전(480GW) 설치용량은 1250GW로 2030년 목표 1200GW를 이미 넘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의 절반을 중국이 만들 거라 본다.
주요국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이탈하면서 기후변화 산업 전체 규모가 축소할 때 중국이 자국 기업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중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유럽의 대응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데, 유럽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약속의 강도를 유지할 경우 중국이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주요국에서 기후가 산업정책화 된 상황은 한국도 이 흐름을 한국이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연 COP29 결과 발표 대국민 포럼 패널 토론에서 "기후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각국의 산업·일자리·경제·무역정책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며 "올해엔 세계 각국의 선거로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했지만 주요국 산업정책은 방향을 이어갈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산업전환 정책 등 우리의 대책은 다른나라 보다 너무 비어 있다"며 "트럼프 당선에 맞추기 보다 우리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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