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4.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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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범위를 조건부 정기상여금으로 확대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노사 단체협약 등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대부분 기존 상여금이 포함되면서 노사가 협상할 여지가 줄어 자칫 새로운 노사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를 조건으로 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 통상임금의 요건이었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에서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고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
통상임금은 기본급을 비롯해 직무수당 등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은 야간·연장·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퇴직금 산정기준 등으로 쓰인다. 통상임금이 커질수록 이에 연계된 기업 인건비가 덩달아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사노무 관련 변호사들은 대체로 이번 판결이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노사가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지나치게 줄어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할 때는 재직 등 조건부 상여금이 협상 지렛대로 쓰였다. 사측은 조건부 상여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노측에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하면서 지금의 임금체계를 만들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존의 판이 깨졌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고정적인 상여금을 축소하고 근무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늘리거나 상여금을 기본급화 후 연장·야간근로 등을 가급적 줄이는 방안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젠 노사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앞으로 기업들이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줄이려 할텐데 생산직 근로자들은 교대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다"며 "이러면 임금체계를 바꿔야하는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노사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2013년 판결로 (조건부)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임금체계에 합의했는데 이번 판례로 당장 다음달 월급부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임금체계를 바꿀 유인은 회사에 있지 근로자에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비용절감을 위해선 연장근로 등을 줄이면 되지만 생산성 확보를 위해 마냥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다는 점도 회사 측에선 고민거리다. 결국 인건비 총액을 줄이기 위해 회사는 임금인상율을 제한하려 하고 근로자는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는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음달부터 새 법리에 따라 통상임금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 혐의로 회사를 형사고소하는 사례도 줄을 이을 수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노측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당장 (사업주에게) 임금체불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신속하게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사업장에서 사측이 협상하기 매우 불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이 노사관계 등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새로운 법리를 판결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병행사건에 대해선 새 법리를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국내 유명 제조업체 대부분이 재직조건부 상여금 관련 임금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관련 소송건이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 내년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올 수 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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