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잃어버린 6년’ 잊어라…리딩뱅크 탈환 눈앞 [CEO LOUNGE]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임 성공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변은 없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60) 연임을 두고 나온 금융권 반응이다. 정 행장은 무엇보다 탁월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을 순탄히 결정지었다. 지난해 선임된 정 행장은 임기 첫해만 해도 하나은행, KB국민은행에 밀려 순익 3위에 자리, ‘리딩뱅크’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올해부터는 달랐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부터 순이익 9286억원을 기록,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다. 상반기에는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대 당기순이익(2조535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유일한 3조원대 당기순이익(3조1028억원)을 올려 연간 ‘리딩뱅크’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번 탈환이 성사되면 6년 만이 된다.

특히 여타 은행이 해외 실적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신한은행의 약진에 눈길이 간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일본, 중국 등 10개국에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은행 해외법인의 당기순이익은 565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글로벌 실적이 5497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치 실적을 이미 3분기 만에 넘어섰다.

일찌감치 내부통제에도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은 올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감독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여타 금융사의 금융사고가 한창 시끄러운 가운데 선제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고예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신한 슈퍼SOL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보상, 착오송금 회수 비용을 지원, 호의적인 고객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정 행장은 이례적으로 추가 2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통상 2년 임기 행장은 1년씩 연임을 부여하고는 했다. 정 행장은 사실상 총 4년짜리 임기의 행장으로 신한금융그룹 내 ‘2인자’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구축하게 됐다.

매경이코노미

연임 성공 정상혁 신한은행장 1964년생/ 덕원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1990년 신한은행 입행/ 2009년 신한은행 고객만족센터 부장/ 2019년 신한은행 비서실장/ 2020년 신한은행 상무(경영기획그룹)/ 202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23년 신한은행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행장 경영 철학은

‘차별적 고객몰입’ 화두

“고객 필요에 꼭 맞는 남다른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차별적 ‘고객몰입 조직’으로 거듭나자.”

정 행장 신년사 한 대목이다. 정 행장은 무엇보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들의 가려운 곳, 불편한 곳을 해결해주는 은행을 지향한다. 더불어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용수익, 즉 돈을 불려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본’을 강조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은행권 최초로 선보였는가 하면 최신 기술이 접목된 ‘AI컨택센터’와 ‘신한홈뱅크’ ‘디지털라운지’ ‘이브닝플러스’ 등 이른 시간, 늦은 시간 상관없이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 ‘리테일 중심 영업점’도 정 행장 작품이다. ‘리테일 중심 영업점’이란 은행을 방문해 상담을 해야 하는 복잡한 개인 업무를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영업점이다. 직원들이 예·적금, 투자상품, 방카슈랑스,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산관리와 금융 솔루션 제공에 집중한다. ‘리테일 중심 영업점’에서는 업무 시간 중 고객 상담에 집중하고자 거래 공간과 상담 공간을 분리했다. 또한 거래 공간에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안내직원을 배치해 단순 거래 업무를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4월부터 군자역, 동대문종합시장, 이대역 등 관련 니즈가 많을 것으로 분석된 3개 지점에 파일럿 운영을 시작했는데 고객 반응이 뜨겁다.

방카슈랑스 가입 절차 개선도 정 행장 임기 때 이뤄졌다. 고객 편의 차원에서 종전 은행에서 보험상품 가입, 일명 방카슈랑스 절차도 고객 입장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디지털 방식으로 대폭 개선했다. 그랬더니 올해 3월 기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51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04.6% 증가했다.

고액 자산가 관리로 실질적인 순익 증가 효과를 이끌어낸 것도 눈길 끄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을 이용하는 자산가 고객을 위한 통합 자산관리 컨설팅 전문가 조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를 출범하고 고액 자산가를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 1타 강사’로 불리는 신한은행 오건영 단장을 비롯해 투자전략 전문가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부장 등 수석위원(부서장급)과 전문위원(실무자급)으로 구성된 80여명의 전문가로 결성했다. 자산관리, 기업승계, IB 등 전문가 그룹의 금융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신한은행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순항 중이다. 올해는 패밀리오피스의 주력 사업으로 2세 고객 멘토링을 선정하고, WM그룹 내에서 진행하던 2세 프로그램을 확장해 기업 그룹과 공동 진행하는 등 서비스를 더욱 강화했다. 이런 노력 덕에 신한은행의 초고자산가 고객 수는 올해 5월 말까지 6% 이상 증가했다.

정 행장은 글로벌 전략도 보다 다채롭게 전개했다. 종전 잘하고 있는 일본, 베트남 외에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금융 선진국 영국에서도 의미 있는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영국 런던을 방문해 영국 내 인프라·ESG 분야 등 향후 5년간 10억GBP(약 1조6000억원) 이상 투자 추진을 하기로 하고 관련 MOU를 체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MOU 이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자 성과 창출을 위해 운영협의회(Steering Committee)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으며, 런던을 중심으로 자금 시장 허브 구축,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자금 조달과 운용 기능 강화, 증권·파생·FX 거래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도 학자금 대출 1위 기업 크레딜라(Credila)에 지분 투자를 한 것도 정 행장이 추진한 프로젝트다. 올해 4월 직접 인도를 방문해 인도 NBFC(Non-Banking Financial Company·비은행 금융회사) 시장 내 학자금 대출 1위 기업인 크레딜라와 지분 투자(약 10%, USD 1조8000억달러)를 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로 인도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한 사례다.

매경이코노미

과제도 산적

비이자이익 늘려야

물론 정 행장 앞에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업의 잠재 성장을 담보하는 항목으로 비이자이익이 꼽힌다. 비이자이익이란 수수료, 신탁, 방카슈랑스, 외환·파생상품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 올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누적 비이자이익은 6775억원으로 우리은행(9790억원), 하나은행(7371억원)에 뒤지고 있다. 자연스레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등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가 뒤따른다. 연례행사처럼 퍼지고 있는 금융권 사고 방지를 위해서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보호 장치 마련 등도 임기 2기 때 풀어야 할 과제다.

정 행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고 방지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직원의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AI 점검 시스템을 개발 완료하고 업무에 적용하는 등 금융사고 징후를 폭넓게 탐지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직원 윤리교육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