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마잔의 자택에서 당시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지젤 펠리코(가운데 여성)가 19일 도미니크 펠리코와 공범 50명에 대한 선고 공판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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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약물을 먹여 실신시킨 뒤, 다른 남성들로 하여금 성폭행하도록 한 프랑스인 남성이 징역 20년형에 처해졌다. 그가 이처럼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기간은 무려 10년. 총 72명이 범행에 가담했고, 이를 흉내 내 모방 범죄를 한 이도 있었다. 이 중 50명이 공범으로 체포돼 함께 법의 심판을 받았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 지방법원은 19일 자신의 배우자를 상대로 강간 사주 및 방조, 가정 폭력 및 학대, 강제 투약 등의 범죄 행위를 한 도미니크 펠리코(72)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의 형량을 그대로 선고했다. 펠리코의 범행에 참여한 남성 49명에 대해서는 성폭행과 성폭행 미수, 성추행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3년~15년형을, 또 펠리코를 불러 자신의 아내에게 같은 방식의 범죄를 저지른 장피에르 마레샬(63)에겐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펠리코는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인터넷으로 모집한 남성들을 프랑스 남부 마잔(Mazan)의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 지젤 펠리코(72)를 성폭행하게 했다. 지젤에겐 미리 진정제를 넣은 술을 먹여 의식을 잃게 했다. 그는 아내가 성폭행당하는 동안 2만여 건의 영상과 사진도 촬영했다. 엽기적 범죄의 전모는 그가 2020년 9월 쇼핑 센터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며 드러났다. 경찰이 그의 카메라와 컴퓨터에서 성폭행 영상을 발견했다.
아내 지젤은 그때까지도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펠리코의 범죄에 공범으로 참여한 남성 72명 중 50명의 신원이 확인돼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들의 연령은 22~74세, 직업도 군인·운전사·농부·소방관·언론인 등 다양했다. 상당수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부는 “펠리코의 꼬임에 빠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번 재판은 1심이다. 펠리코와 일부 공범은 항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방범 마레샬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 사건은 첫 공개재판이 시작된 지난 9월 프랑스 내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피해자 지젤이 “부끄러움은 내가 아닌 가해자들의 몫”이라며 당당히 자신의 신원과 얼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선고 공판에도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지젤은 최근 남편과 이혼 절차가 완료됐으나 “내 자녀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며 여전히 남편의 성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젤이 이날 법정에 들어서자 많은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그의 용기를 응원했다. 그는 선고 후 “이 재판은 내게 큰 시련이었다”며 “남녀 모두 조화와 존중, 상호 이해 속에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지사, 야엘 브론피베 하원의장 등 프랑스 여성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제히 지젤에게 감사와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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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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