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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한전,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오는 23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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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3일 내년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인상 관련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못한 탓에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창출하고 있지만, 이미 천문학적인 적자와 부채가 누적돼 있어 요금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수선한 정국 상황에 인상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경영난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 '탄핵 정국'에 요금 논의 뒷전 밀려…내년 1분기 동결 예상

한전에 따르면 오는 23일 중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항목으로 매 분기 시작 전달 20일 전후로 발표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석탄·천연가스·유류 등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요금이다. 해당 분기의 연료비 변동분을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비교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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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요금을 비롯해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등 총 네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남은 3개 요금들도 따로 조정되지 않을 시 전기요금이 동결된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 변경안을 작성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한전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앞서 이번 4분기에 정부는 직전 3분기와 동일하게 키로와트시당(KWh)당 5원을 적용하라며 동결 지시를 내렸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동결됐다. 올 4분기에는 전체 고객의 약 1.7%에 해당하는 산업용 고객에 한해서만 평균 9.7% 인상했다.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 을'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갑'은 5.2% 각각 올랐다.

내년 1분기에도 동결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경제와 민생 등에 관한 모든 현안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1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위해서는 이달 초순부터 논의에 돌입했어야 하지만, 계엄 사태가 불거지며 사실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 논의 자체가 멈춰선 데다가 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가 높은 상황 속에서 요금 인상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요금을 조정하려면 진통이 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 한전, 부채 203조·적자 48조 달해…고환율·요금 동결 '악재'

문제는 요금 동결이 이어질수록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의 경영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사실이다. 한전은 장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을 시작으로 이런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 누적 적자는 총 48조원에 달한다. 한전은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빚을 갚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약 2조원대의 이자를 지불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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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채와 적자를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을 달성한 이후 ▲1조8843억원(지난해 4분기) ▲1조2993억원(올해 1분기) ▲1조2503억원(올해 2분기) 등 매 분기마다 점차 영업폭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올 3분기에는 3조396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기존 1조원대와 비교해 흑자 폭을 크게 높였지만, 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환율이 요동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전은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돼 왔으나 계엄 사태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탄핵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를 절하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원·달러는 1451.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이에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이란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 요금 인상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막대한 재무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겨울철은 에너지 수요가 높은 만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회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요금 인상 등의 논의에 착수하기엔 상황이 녹록잖다는 입장이다. 정국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뒤에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금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와 국회가 먼저 안정화돼야만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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